안저검사 필요성·시행 병원 리스트 안내
복지부 지침 부재 탓하며 청원 잇단 거절
일부 보건소 시행 시작·취재 후 입장 바꿔

신생아 실명 예방의 핵심인 안저검사 안내 지침이 지자체마다 제각각으로 드러났다. 일부 지역 보건소에서는 자체적으로 임산부 대상 안내문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지만 다수 지자체는 정부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시행을 미루고 있다. /챗GPT
신생아 실명 예방의 핵심인 안저검사 안내 지침이 지자체마다 제각각으로 드러났다. 일부 지역 보건소에서는 자체적으로 임산부 대상 안내문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지만 다수 지자체는 정부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시행을 미루고 있다. /챗GPT

신생아 실명 예방 사업의 핵심인 안저검사 안내 지침이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일부 지역 보건소에서는 자체적으로 임산부 대상 안내문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지만 다수 지자체는 정부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시행을 미루고 있다. 최근 본지 취재 이후 일부 보건소는 뒤늦게 안내에 나서는 등 안저검사 홍보는 제도보다 지자체 의지 문제로 드러났다.

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신생아 안저검사를 하는 분만 병원은 전국적으로 90여 곳에 불과하다. 신생아 전용 특수촬영 장치를 이용해 망막을 촬영하는 검사다. 산모가 검사 필요성과 병원 정보를 알기만 해도 선천성 망막질환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안내의 중요성이 크다. 하지만 상당수 산모는 검사 자체의 존재나 중요성, 시행 가능한 병원을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는 국민신문고와 청원24 등을 통해 ‘신생아 안저검사 홍보 및 검사율 제고’를 요청했다. 주요 내용은 △필수 검진 항목 포함 △검사비 지원 △검사 중요성 안내 △검사 가능 병원 정보 제공 등이다.

지자체들은 공통적으로 필수 검진 포함과 비용 지원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 개정과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와 대전시 등은 “공식 가이드라인과 근거 연구가 부족해 비용 대비 효과 논란이 있다”며 “전국 단위 통합 검진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대전시 보건소에서 안내하는 신생아 눈 검사 
대전시 보건소에서 안내하는 신생아 눈 검사 정보와 검사 병원 리스트 /대전시

반면 ‘홍보 및 병원 안내’에 대해서는 지자체별 온도차가 뚜렷했다. 대구시는 “보건소에 ‘신생아 실명 예방을 위한 안저검사 안내문’을 배포해 검사 가능한 병원을 알리고 있다”고 했으며 청주시는 “검사 중요성과 병원 정보를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시도 “분만 가정과 보건소·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선별검사 정보를 알리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상당수 지자체는 홍보조차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신문고 처리결과에 따르면 인천시는 “병원·의료기관 안내 체계 마련과 홍보는 국가 차원의 제도 정비가 우선돼야 하며 질환별 검사를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홍보할 경우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광주의 경우 광산구는 “병원별 장비와 운영이 달라 일괄 안내가 어렵고 업무 지침 부재로 공정한 기관 선정이 불가능하다”, 남구는 “정부 홍보 지침이 없어 즉시 추진하기 어렵다”, 동구는 “지자체의 업무 범위와 예산 한계로 현실적으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했다.

충북 음성군은 “국가 선별검사 항목이 아니어서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고 진천군도 “업무 지침이 없어 추진이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괴산군은 “홈페이지와 부모 교육 등을 통해 검사 중요성을 알리고 병원 목록을 게시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신문고 처리결과 중 광주광역시 남구 답변. “정부 홍보 지침이 없어 즉시 추진하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제보자
국민신문고 처리결과 중 광주광역시 남구 답변. “정부 홍보 지침이 없어 즉시 추진하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제보자

대다수 지자체가 제도 마련 이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안내를 시작했다. 청주시 한 보건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임산부 등록 시 신생아 안저검사와 검사 가능한 병원을 함께 안내하고 있다”며 “청원 접수 후 일부 수용 의견을 내고 실제 홍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비 지원까지는 어렵지만 검사 자체의 중요성은 공감해 안내 자료를 배포 중”이라며 “병원 리스트 제공 등은 지침이 없어도 지자체 차원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 이후 방침을 바꾼 지역도 있었다. 광주 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신생아 안저검사 가능 의료기관 목록을 내소하는 민원인이 열람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비치하고 보건소 홈페이지에도 게시해 주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홍보 지침이 없어 추진이 어렵다’고 밝혔던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주혁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 대표는 여성경제신문에 “안저검사가 가능한 분만병원이 있는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청원을 냈지만 대부분 거절됐다”며 “지자체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결국 ‘예산이 없다’, ‘복지부 지침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부는 ‘홍보는 지자체 소관’이라며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며 “보건소가 임산부에게 A4 한 장짜리 안내문만 나눠줘도 실명 예방 효과가 큰데 ‘일이 늘어난다’, ‘귀찮다’며 회피하는 곳이 많다”고 토로했다.

결국 안저검사 안내는 제도보다 의지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일부 지역 보건소에서 자체 홍보와 병원 안내를 시작했고 취재 이후 입장을 바꾼 사례도 나타난 만큼 충분히 지자체 차원에서도 가능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대전·대구도 처음엔 거절했지만 지속적인 요청과 언론 보도 이후 시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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