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임금, 남성의 58%···사원급 61% 수준
가족·여성 내세운 마케팅과 내부 현실 괴리

'어린이보험 1위', '가족 친화 기업'을 표방해 온 현대해상이 정작 사내에서는 심각한 성별 임금 불균형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직원의 임금이 남성의 절반 수준에 머물며 격차는 입사 초기 직급부터 고착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현대해상 여성 직원의 평균 급여는 남성 대비 58.3%로 집계됐다. ㅇ는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약 58만원을 받는 수준이다. 이는 국내 금융사 48곳 중 DB손해보험(48.8%), 메리츠화재(56.0%) 다음으로 낮았다.
특히 현대해상은 사원급에서부터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가 두드러졌다. 현대해상의 사원급 여성 직원 임금은 남성의 61.2%로 조사 대상 금융사 중 격차가 가장 컸다. 이는 입사 초기 단계부터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낮게 형성돼 있으며 승진 및 경력 단계를 거치면서도 이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성별 임금격차가 크다는 건 내부적으로 고착된 구조가 있다는 의미"라며 "직무나 경력, 학력 등 인적 자본을 통제한 뒤에도 격차가 유지된다면 이는 승진과 평가 과정에서 남성 중심의 페이버(favor)가 누적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를 단순한 직무나 근속연수 차이를 넘어 채용·배치·평가 전반에서 구조적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해석했다.
한편 현대해상은 수년째 '가족'과 '여성'을 내세운 마케팅을 전개해 왔다. 지난해 8월에는 대표 상품인 '굿앤굿어린이종합보험'을 중심으로 '굿앤굿 행복육아' 캠페인을 선보였다. 디지털 영상 광고 '행복을 키우는 세상' 편을 통해 육아의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디지털 영상 광고로 "아이를 통해 행복을 키운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또한 올해 3월에는 세계 여성의 날 캠페인을 진행해 '함께 나아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숏폼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소녀·어머니·할머니 등 세대별 여성이 등장해 "모두의 항해를 응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이미지와 실제 고용 현실 간의 괴리가 장기적으로 신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자는 본지에 "가족과 여성의 행복을 강조하는 기업일수록 내부의 성평등 지표가 브랜드 신뢰의 핵심 척도가 된다"며 "성평등임금공시제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여성 직원 임금 수준 및 성평등 정책과 관련한 본지의 질의에 구체적인 입장을 전하지 않았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