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국내 첫 수소연료전지 공장 착공
韓, 수소 산업 성공 위한 모든 요소 갖춰
정부 수소경제 국가 핵심 전략 진전 없어
"단기 정권 성과 안나온다는 이유로 홀대"

현대차가 수소를 미래 에너지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대규모 생산 거점 구축과 수소차 라인업 고도화, 글로벌 인프라 협력 등 다방면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간이 선제적으로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정책적 뒷받침은 여전히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울산에서 국내 첫 수소연료전지·수전해 생산 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총 9300억원을 투입해 조성하는 이 공장은 지상 3층·연면적 9만5374㎡ 규모로 2027년 준공이 목표다. 연 3만 기 생산 체계를 구축하며 화학 공정과 조립 공정을 통합 운영하는 방식이다.
공장은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와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기를 생산한다. 연료 전지는 산소·수소 전기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수전해기는 수소연료전지의 역반응을 활용해 물에서 고순도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장치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수소위원회 공동 의장)은 3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수소 생태계를 빠르게 확산하겠다"라며 "개발 비용과 기술 난도가 높은 분야 특성상 정부·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수소위원회도 현대차의 행보에 힘을 실었다. 이바나 제멜코바 수소위원회 CEO는 "한국은 수소 산업 성공을 위한 모든 요소를 갖춘 국가"라며 "글로벌 수소 산업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수소위원회는 20여 개국 14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 수소 관련 CEO 협의체로 현대차그룹은 창립 멤버이자 장 부회장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 투자는 20년 넘게 누적돼 왔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시장보다 앞서 준비해야 기회를 잡는다"는 철학 아래 장기 연구개발을 지속해 왔으며 △2013년 세계 최초 수소차 양산 △2018년 넥쏘 출시 △2020년 수소트럭 엑시언트 공개 등으로 시장을 선도해 왔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수소차 판매 4102대 중 1252대를 현대차가 차지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7년 만에 2세대 모델인 '디 올 뉴 넥쏘'를 공개하며 수소 비전을 재확인했다. 이어 지난 29일 '재팬 모빌리티 쇼 2025'에 처음 참가해 내년 상반기 일본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하며 수소차의 해외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하엘 라트 BMW그룹 수소차 부문 총괄 부사장은 "2030년까지 유럽의 대체 연료 인프라 규제에 따라 최소 200㎞마다 수소 충전소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라며 "특히 현대차가 한국이 홈 시장임에도 유럽에서 충전 인프라 확대에 나서는 점에 감사한다"고 언급했다. 현대차는 유럽에서 '수소 이동성 확대(Hydrogen Mobility at Scale)' 이니셔티브를 통해 협력 중이다.

반면 정부 지원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도 크다. 지난 28일 국정감사에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정 의원은 "정부가 수소경제와 무공해차 전환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수소차 보급은 정체돼 있다"며 "정부 스스로도 수소차 구매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로 경찰청의 수소버스 도입 사업이 거론됐다. 경찰청은 지난 10년간 802대 경찰버스를 수소버스로 교체하겠다며 현대차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했지만 현재까지 도입된 수소버스는 16대에 그친다. 충전 인프라 역시 올해 기준 전기차 충전기가 약 59만 개소인 데 비해 수소충전소는 250기 수준이다.
박 의원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정부는 수소차 보급 정체를 일시적 조정기로 보는지"라고 질문하며 "단기간 내 확산이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보급 전략 수정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원래 친환경 정책이라는 것은 5~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추진해야 하는 장기 과제"라며 "현대차가 이미 선도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로 국내 기술 완성도와 인프라를 강화한다면 향후 해외 시장 수출 확대를 통해 현대차뿐 아니라 국가에도 이익이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 정권 내에서 성과가 당장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을 대지 않고 홀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기술적으로 전 세계를 압도할 수 있는 특정 분야에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는 스스로 기회를 박탈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