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진단 권유 ‘진료거부’ 오해
경찰 출동·벌금형 사례도
공보의 법적 권한 침해 우려

강원도 농촌 지역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들이 환자 폭언과 진료 오해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검사를 권했음에도 주민이 ‘진료를 거부했다’며 항의하거나 폭언을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31일 익명을 요구한 강원도 지역 보건소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 “공보의가 주민에게 폭언을 듣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환자가 진료를 방해할 정도로 소란을 피우면 경찰이 개입하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몇 해 전에는 혈압약을 중복으로 요구하던 환자가 지팡이로 벽을 치며 소동을 벌여 경찰에 신고됐고 벌금형이 내려진 사례가 있었다.
공보의들은 대부분 의과대학을 막 졸업한 신참이다. 고혈압·당뇨병 등 조절이 어려운 만성질환의 경우 전문의 진단과 검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권유하면 일부 환자들이 ‘약을 안 준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한 농촌 보건지소에서는 통풍 환자에게 수치 검사를 권하자 환자가 언성을 높이며 항의한 일도 있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공보의가 전문의 진단을 권유하는 것은 의학적 판단에 따른 조치”라며 “환자 안전을 위한 행위가 ‘진료거부’로 비치는 것은 제도와 인식의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갈등이 행정 개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공보의와 주민 간 불화가 생기면 보건소장이 인사 조치를 언급하거나 고소 취하를 종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관계자는 “고소 여부는 개인의 법적 판단에 속하며 행정기관이 개입할 사안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농촌 의료취약지의 구조적 한계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도서·산간 지역 보건지소는 검사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이로 인해 의사는 검사를 권하고 환자는 불편을 호소하며 갈등이 반복되는 구조다.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들은 “공보의 보호 장치와 주민 인식 개선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공보의가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법적 보호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