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대, AI 가상 환자 ‘마커스’ 시뮬레이션
맞춤형 치료·접근성 개선 모델 결합 효과 검증
실습·교육·임상감독용 치료 수단 활용 기대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진이 생성형 AI로 가상 환자를 만들어 정신건강 치료를 시뮬레이션했다. AI는 문화·환경 요인까지 반영해 맞춤형 치료를 제시하며 교육과 임상연습에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진이 생성형 AI로 가상 환자를 만들어 정신건강 치료를 시뮬레이션했다. AI는 문화·환경 요인까지 반영해 맞춤형 치료를 제시하며 교육과 임상연습에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 /게티이미지뱅크

# 이름은 ‘해리 존슨’, 우울증을 앓는 20대 남성이다. AI 정신과 의사는 그의 가족관계, 직장 스트레스, 내면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세밀하게 그려냈다. 실제 정신과 의사는 해리에게 본격적인 치료를 하기 전 가상의 AI환자 '마커스'를 해리라고 가정해 AI가 어떻게 감정과 문화, 환경적 장벽을 이해하고 맞춤형 정신건강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는지 실험했다. 환자를 다치게 하지 않고도 수천 가지 치료 시나리오를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다.

31일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헬스 서비스에 따르면 일리노이대 사회복지학과 코트니 밴훅 교수 연구진은 생성형 AI에 '마커스 존슨'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한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마커스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사는 중산층 남성으로 가정했고 우울 증상을 겪는 직장인이라는 설정이다. AI는 연구진의 지시에 따라 그의 가족 관계, 문화적 배경, 치료 접근의 어려움 등을 포함한 상세한 사례 기록과 치료 계획을 작성했다.

코트니 밴훅 일리노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일리노이대
코트니 밴훅 일리노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일리노이대

밴훅 교수는 “AI가 만든 가상의 사례 덕분에 사람마다 정신건강 치료를 받는 과정이 어떻게 다른지 또 어떤 어려움이 생기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환자가 아닌 가상 인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 우려도 최소화됐다. 동시에 실제 사람에게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할 때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AI는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는 세 가지 근거 기반 이론을 적용하도록 설계됐다. 먼저 ‘앤더슨 행동모델(Andersen’s Behavioral Model)’을 통해 개인·문화·제도적 요인이 정신건강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이어 ‘5대 접근성 요소 모델’을 반영해 치료의 가용성(availability), 접근성(accessibility), 수용성(acceptability), 적응성(accommodation), 비용 부담(affordability) 을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측정 기반 치료(Measurement-Based Care)’를 통해 환자의 증상과 기능을 모니터링하며 치료 계획을 세부적으로 조정했다.

밴훅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AI는 사람마다 다른 정신건강 문제를 이해하고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와 도와주는 요인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AI를 검증된 치료 방법과 함께 쓰면 누구나 치료를 더 쉽게 받고 문화 차이도 반영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월 일리노이 주지사 J.B. 프리츠커는 ‘정신건강자원 관리 및 감독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정신건강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사용을 ‘행정적·보조적 서비스’로 한정한다. AI 챗봇과 대화 후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등이 사회적 논란이 되자 도입된 조치다.

밴훅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의 AI 활용은 교육과 임상지도 목적에 국한된 것으로 법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며 “측정 기반 프로세스는 향후 법적·윤리적 기준이 명확해질 때까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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