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벨트' 6개 주 암 발생률, 전국 평균 5%↑
토양·지하수 발암물질·농약 노출 우려
비만·음주 등 생활습관 요인 복합 작용

미국 콘벨트 6개 주에서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5% 높게 증가했다. 토양·지하수의 라돈·질산염,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등 환경 노출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비만·폭음 등 생활습관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콘벨트 6개 주에서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5% 높게 증가했다. 토양·지하수의 라돈·질산염,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등 환경 노출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비만·폭음 등 생활습관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이오와주와 네브래스카, 일리노이, 미네소타, 캔자스 등에 걸친 이른바 '콘벨트(Corn Belt)'에 속하는 미국 중서부 6개 주의 암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31일 마리안 노이호이저 시애틀 프레드허치 암센터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암 진단 건수는 미국 전국 평균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이오와 환경보건과학연구센터는 해당 지역을 '발암물질 환경노출의 핫스폿(hot spot)'으로 규정했다.

이 지역의 토양과 지하수에는 비료 사용 영향으로 방사성 물질 라돈(radon)과 질산염(nitrate) 농도가 미국 내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두 물질은 각각 폐암과 위장관 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옥수수 재배 과정에서 사용되는 제초제 글리포세이트(glyphosate)를 비롯한 농약 노출 위험이 여전히 높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마리안 노이호이저 시애틀 프레드허치 암센터 교수. /시애틀 프레드허치 암센터
마리안 노이호이저 시애틀 프레드허치 암센터 교수. /시애틀 프레드허치 암센터

마리안 노이로이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영상 통화에서 “글리포세이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초제"라며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이를 ‘인간에 발암 가능성이 높은 물질(2A)’로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 년간의 연구를 종합한 결과, 농장에서 장기간 글리포세이트에 노출된 사람은 노출되지 않은 사람보다 비호지킨 림프종 위험이 약 40% 높다고 밝혔다.

마리안 교수는 “DNA 손상과 세포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실험 근거가 충분히 축적돼 있고 인과관계가 강하게 시사된다”고 덧붙였다.

환경적 요인 외에 비만과 음주 등 생활습관 역시 암 발생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DC 통계에 따르면 아이오와 성인 중 21%가 폭음 또는 잦은 음주를 경험한다. 이는 전국 평균(17%)보다 높다. 성인 비만율은 35%로 전국 평균(40%)과 비슷한 수준이다.

마리안 교수는 “비만은 13가지 암과 연관돼 있다”며 “암 발생을 하나의 요인으로만 설명할 수 없고 여러 위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또한 콘벨트의 암 급증이 하루아침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누적된 ‘보이지 않는 노출’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마리안 교수는 지적했다. 비료, 농약, 지하수, 자외선, 음주, 비만이 얽혀 만들어낸 복합적 환경이 결국 건강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마리안 교수는 “한때 풍요의 상징이던 옥수수밭이 이제는 보건 위협의 상징으로 바뀌고 있다”며 “환경·보건 연구가 농업정책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