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 목적 온누리상품권
상품권 가맹점 약국서 위고비 판매
김원이 "약국·병의원 가맹 재검토해야"

2024년 10월 1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약국에 비만치료제 위고비 입고 안내문이 붙어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연합뉴스
2024년 10월 1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약국에 비만치료제 위고비 입고 안내문이 붙어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연합뉴스

정부가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며 도입한 온누리상품권이 ‘위고비를 싸게 살 수 있는 보조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에 있는 A 약국 입구에는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모바일로 언제나 10% 할인’이라는 안내문이 크게 붙어 있다. 이 약국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온누리상품권 결제만으로 누적 231억원, 월평균 약 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말까지 결제액이 3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비만 치료 주사제 ‘위고비’ 성지로 통하는 덕분이다.

A 약국은 인근에서 처방전을 저렴하게 주는 몇몇 의원과 함께 ‘온누리상품권 이용 시 위고비 최저가 성지’로 각종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탔다. 온누리상품권은 10% 할인 구매가 가능해 소비자는 한 달 치 40만~50만원인 위고비를 싸게 살 수 있다. 위고비 출시 첫 달 1억원에 그쳤던 A 약국의 온누리상품권 결제액은 올해 1월 10억원, 4월 25억원, 9월 37억원 등으로 급증세를 이어갔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살리겠다는 취지를 시작으로 도입한 온누리상품권이 사실은 ‘위고비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보조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 최대 수혜를 맛본 A 약국은 위고비 국내 출시 직전 지난해 9월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 등록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위고비 처방 상위 1·2위 병의원이 모두 종로구에 있다. 위고비는 고도비만자에만 처방 가능한 전문의약품이지만 비만과 무관한 진료과에서도 처방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위고비 처방 건수는 작년 10~12월 4만9815건에서 올해 상반기 34만5569건으로 7배 증가했다. 김원이 의원은 “영세 소상공인과 거리가 먼 약국·병의원의 가맹을 재검토해 제도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비만 치료제 오남용 실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허가 기준을 벗어난 처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협의해 해당 약물들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해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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