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 후 승인 저조 지속
케이뱅크, 내년부터 이자·원금 감면 확대 추진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 이후 은행권의 채무조정 승인율이 타 업권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승인율은 보험과 여신전문금융 등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쳤다. 금융당국이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심사 기준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의 경우 제도 시행 이후 올해 8월 말까지 채무조정 신청은 1만9596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8797건만 승인돼 승인율은 44.9%에 그쳤다.
이는 보험(99.1%), 저축은행(60.2%), 상호금융(76.6%), 여신전문금융(95.2%), 대부(85.5%) 등 타 업권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과도한 연체이자와 추심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3000만원 미만의 연체채무자가 금융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와 연체이자 경감 조항 등이 새로 포함됐다.
유형별로는 원리금 감면이 5만71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변제기간 연장(4만4297건), 대환대출(3만6642건), 분할변제(1만9745건), 이자율 조정(1만6665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은행권의 원리금 감면 실적은 2천51건(중복 포함, 약 99억원)으로, 은행권 전체 채무조정 건수의 14.2%에 그쳤다. 여전(32.2%), 대부(88.5%)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은행권 18곳 중 국민·신한·하나·SC·카카오·토스 6곳만 원리금 감면이 이뤄졌다. 이자만 감면한 곳까지 포함하면 씨티은행까지 총 7곳이었다.
원리금 감면 여부와 한도 등은 채권금융회사가 내부 기준에 따라 채무자의 변제능력, 채권의 회수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판단한다.
은행권은 단기 연체자가 많아 이들에게는 원리금 감면보다 분할변제나 대환대출 방식을 주로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전사 등에서는 무담보·소액채권이 많고 회수 가능성이 낮은 경우가 많아 원리금 감면이 더 활성화돼있다.
이에 그동안 실적이 없던 케이뱅크 등은 채무조정 기준을 손질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현재 대환대출과 변제기간 연장을 중심으로 채무조정을 시행 중이며 11월부터는 연체이자 감면을, 내년부터는 이자와 원금 감면 제도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인영 의원은 "채무조정요청권은 국민이 부실로 무너지기 전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금융소비자의 권리이자 금융의 공적 책무를 제도화한 장치"라며 "금융당국은 심사 절차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고 금융권은 형식적 운영을 넘어 사회적 금융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