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리 콤판,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보다가 영감
스토리 전개 빠르고 파워풀한 코믹만화 ‘극찬’
11월 중순 서울문화사 통해 국내 출간
“한국의 역사는 엄청납니다. 그것을 제가 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제가 가장 존경 하는 영웅 이순신 장군의 스토리를 전세계와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인인 저에 게도 행운입니다. 수년 동안 저는 이순신 장군님에 대해 공부해왔습니다. 이 와중에 장군님이 어떻게 역경을 극복해냈는지 배웠고, 또한 그 분의 전술을 배웠습니다. 장군님의 말씀도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제가 감탄한 게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바로 한국의 미래를 위해 싸웠다는 것입니다.” -온리 콤판 내한 인터뷰 중-

미국의 한 만화가의 말이다. 온리 콤판이라는 미국인 작가는 조선의 장군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 ‘이순신 : 전사와 수호자’를 2009년부터 연재하고 있다.
미국인이 바라본 충무공은 어떨까. 놀랍게도 미국인이 해석했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실적이라는 평가다. 캐릭터 해석도 놀라울 만큼 진지하다.
물론 만화라는 특성상 약간의 허구가 가미됐지만 임진왜란의 전체적인 묘사는 거의 사실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특히 이순신 장군을 포함한 몇몇 캐릭터의 스타일이나 당시 전쟁에 입었던 갑옷, 무기 특히 거북선 등의 묘사가 섬세하다는 평가다. 전투신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박진감으로 가득 찼다.
왜 하필 이순신?
그렇다면 왜 미국인이 조선의 장수 이순신을 이토록 동경하며 영웅화 했을까. 온리 콤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시청하고 감명을 받았고 만화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콤판은 2년간 ‘난중일기’, ‘임진장초’를 읽으며 이순신이라는 캐릭터를 파악하기 시작했고, 2008년에는 직접 한국을 방문해 이순신 장군의 자취를 따라 충남 아산, 경남 진해 등을 방문했다.
그러던 중 대학교수, 한국 해군의 도움을 받아 고증작업을 했다. 한국에서 1만장 넘는 사진과 영상을 찍어간 그는 2009년부터 총 12권을 목표로 ‘이순신 : 전사와 수호 자’를 집필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2009년 ‘이순신 : 전사와 수호자’라는 12권 만화 시리즈 중 24페이지짜리 첫 권을 출간했다. 미국인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미국 독자들은 허구가 아닌 실존인물이라는 점에 관심을 보였고, 더욱이 충무공이 조선의 영웅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 독자 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묘사가 부정확한 부분이 있는 데 코믹임을 감안하면 준수한 수준”이라며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파워풀해 역동적인 코믹만화”라고 극찬했다.
이어 “이순신은 장군으로서의 자질과 인성을 모두 갖춘 인물”이라며 “임진왜란에서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보다 이순신 장군의 대단한 정신력에 감동했다”고 밝혔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현재 ‘이순신 : 전사와 수호자’는 올 해 상반기까지 미국 누적 판매부수가 4만권을 넘겼다. 콤판은 만화의 성공 비결에 대해 “드라마(불멸의 이순 신)는 임진왜란을 중점으로 다뤘지만 나는 전쟁 영웅뿐만 아니라 인간 이순신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그를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선의 장군을 미국에서 홍보하긴 힘들었을 터. 이에 대해 콤판은 미국에서 이순신 장군을 알리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출간 초기에는 각 컨벤션을 돌아다니며 책 홍보를 했음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가 힘들었다”며 “그러던 중 독자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성공으로 가는 열쇠가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순간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必生則死)’라는 말이 더욱 와 닿았다”고 말했다.

성공비결은?
그렇다면 이 만화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했듯 미국인들은 어벤저스, 스파이더맨처럼 상상의 인물이 아닌 충무공이 실제 존재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놀란다.
대부분 만화작가들이 영웅물 창작에 골몰하는 것에 반해, 콤판은 이순신과 임진왜란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사실 전 세계를 통틀어 전쟁을 소재로 한 코믹 자체는 많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이순신 시리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웅 코믹물’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은 상당하다.
임진왜란은 한국인이라면 다 알만하지만 미국인에게는 생소한 것은 사실. 더욱이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이라는 나라는 상당히 작은 나라 일 터. 그럼에도 불구, 조선이라는 작은 나라의 한 장군을 영웅화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다.
여기에 콤판의 섬세한 캐릭터 해석,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전개, 판에 박힌 슈퍼히어로물의 흐름이 아닌 임진왜란의 사실적 묘사 등이 미국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또 콤판이 이순신 장군의 성품과 이에 걸맞은 리더십을 부각시켰고 이를 본 미국 독자들에게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는 평가다.
위기는 기회
그러나 위기가 찾아왔다. 7권까지 완성된 지난해 말, 갑자기 후원사 사정으로 재정 지원이 중단된 것이다.
달리 말해 콤판은 더 이상 충무공을 미국에 알릴 기회가 없어진 셈이다. 그러나 반전이 다가왔다. 사라질뻔한 작품을 팬들이 되 살린 것.
지난 4월 한국과 미국에서 소셜펀딩을 진행한 결과 한국에선 2000만원 미국에선 1000만원이 모였다.
이 덕택에 콤판은 이순신 시리즈 12권 완간을 위해 다시 작업 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콤판은 언론을 통해 “한국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만화를 만들어 전 세계에 이순신 장군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책은 10월 8일 열렸던 ‘2015 뉴욕 코믹콘서트’에서 4일 만에 만화책 1150권 이 전부 팔렸다. 더불어 겹경사가 생겼다.
서울문화사가 10월 14일 콤판과 계약해 한국에서도 ‘이순신 : 전사와 수호자’를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오는 11월 중순 출간할 예정이다.
발간 시기에 맞춰 원작자인 온리 콤판은 내한할 전망이다. 한편 콤판은 국내 수익금의 일부를 한국 팬들에게 보답하고자 한국자살예방센터와 청년취업센터에 기부할 예정이다.
콤판은 “이 책을 사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이 책의 일부 수익금을 기부해 대한민국 청년 실업을 해결하는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순신 시리즈는 19세 미만 구독 불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