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온스당 4000달러·은 14년 만에 최고치
인플레·셧다운 겹치며 안전자산 수요 급등
내년 5000달러 도전 전망, "탈달러화 흐름"

금과 은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과 달러 약세, 미국 셧다운 사태가 맞물리면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가속화됐다는 것. 국제통화기금(IMF)은 “급증하는 금 수요가 세계 경제 회복력을 시험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랠리를 ‘세계 경기 불안의 경고음’으로 보고 있다.
8일(현지시간) CNN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금값은 전날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000달러(약 570만원)를 돌파한 데 이어 이날도 1.7% 상승하며 4070.5달러로 마감했다. 현물 가격 역시 4050.24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 54% 급등한 것으로 1979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은값도 온스당 50달러선에 육박하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은 현물 가격은 전장 대비 3.2% 오른 49.39달러로 거래됐고 장중에는 49.57달러까지 치솟았다. 은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71%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금·은 동반 급등의 배경으로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달러 약세, 미국의 셧다운 사태를 꼽는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4년 반째 연준 목표치(2%)를 웃돌고 있고 미 정부는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본의 차기 총리 역시 저금리·재정 확대 기조를 지지하며 글로벌 통화정책의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셧다운으로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지연되자 투자자들은 정부 통제 밖의 안전자산인 금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세계 경제의 회복력은 아직 완전히 시험받지 않았다”며 “그 시험이 곧 올지도 모른다.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금 수요가 이를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미 달러화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는 점도 금값 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달러가 ‘세계의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도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의 매수세와 개인 투자자 수요,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이 맞물리며 내년 말 금값이 온스당 49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터드의 수키 쿠퍼 애널리스트 역시 “금 가격을 되돌릴 촉매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 중 5000달러 도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헤지펀드 억만장자 켄 그리핀은 “투자자들이 달러보다 금을 더 안전한 자산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우려스러운 신호”라며 “이는 실질적인 탈(脫)달러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