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금리 8.5%,11% 1차 상환 유리
주식 전환 시 H&Q 지분 49.9% 확보
배당 확대, 자산 매각으로 자금 마련
"조기 상환 계획 아직 확정되지 않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앞줄 왼쪽 네번째)이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 H-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년 상반기 현대그룹 신입매니저 수료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그룹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앞줄 왼쪽 네번째)이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 H-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년 상반기 현대그룹 신입매니저 수료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그룹

현대그룹이 외부 투자자 H&Q코리아에 대한 상환 자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배당 확대와 연지동 사옥 매각을 동시에 추진하며 2025년 1차 콜옵션(매도 청구권) 행사 시점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환이 그룹 경영권 안정화와 승계 작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2023년 쉰들러홀딩(Schindler Holding AG) 등 외부 세력의 경영권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H&Q코리아를 전략적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앞서 쉰들러와의 주주대표소송에서 최종 패소해 1700억원 손해배상액(이자 포함 약 2900억원)을 부담했고 해당 과정에서 발생한 자금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외부 자본을 유치했다. 

당시 H&Q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배회사인 현대홀딩스컴퍼니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3100억원 어치를 인수했다. RCPS와 CB는 2300억원 규모, EB는 800억원으로 현대엘리베이터 보통주 약 190만 주(4.9%)와 교활할 수 있는 조건이다. 

RCPS의 콜옵션 행사 기간은 2025년 11월부터 2026년 3월까지(1차), 2026년 4월부터 10월까지(2차)다. 1차 금리가 8.5%, 2차 금리가 11%인 만큼 1차에 상환하는 것이 유리하다. CB에 대한 콜옵션은 2026년 11월부터 행사 가능하며 금리는 11%다. 

만약 현대홀딩스컴퍼니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H&Q는 연 복리 12%가 적용된 상환금 청구 또는 보통주 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 주식 전환 시 H&Q는 현대홀딩스컴퍼니 지분 49.9%를 확보하게 되고 현정은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은 50.1%로 줄어들어 경영권 안정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경영권 위협을 피하기 위해 1차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상환 규모는 약 120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대그룹은 자금 마련을 위해 배당 확대와 자산 매각을 병행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22년 주당 500원이던 배당을 2023년 4000원, 2024년에는 중간배당을 포함해 5500원으로 대폭 늘렸다. 이에 따라 배당 성향을 2022년 25.39%에서 2024년 108.40%로 시가배당률은 같은 기간 1.77%에서 10.50%로 높아졌다. 

총배당액은 2022년 204억원에서 2023년 2008억원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최대주주(지분율 19.26%)인 현대홀딩스컴퍼니가 주요 수혜자가 된다. 

또한 현대그룹은 연지동 사옥 매각도 추진 중이다. 올해 8월 볼트자산운용·하나증권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실사에 들어갔으며 매각가는 약 4500억원으로 알려졌다. 그룹은 전면임차(마스터리스)를 유지하면서 매각 대금 일부(약 100억원)을 보통주에 재투자해 우선매수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추진 중이다. 

현대그룹이 계획대로 상환을 마무리하면 외부 사모펀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현정은 회장 체제를 안정화할 수 있다. 나아가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전무로의 승계 작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현대그룹 관계자는 "조기 상환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말을 아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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