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전기요금 폭등 물타기” 지적
WEC 지급료, 1000조 시장 진출 담보
좁은 시야선 ‘불리’ 시야 넓히면 ‘기회’

“이재명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죠. 실질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띄우겠다는 것인데 전기요금이 5-10배 오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웨스팅하우스 불공정 계약 논란은 이러한 실책을 가리기 위한 시도로 보여집니다.”
22일 한 고위 외교 실무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직설했다. 지난 1월 체결된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정과 관련해 “매국적 협정”이라고 규정한 다수 매체들의 보도가 사실상 이재명 정부의 편중 외교, 재생에너지 실책 가리기에 이용됐다는 주장이다.
이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으며 국민 이해를 구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로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최근 밝혔다. 또 정부가 내놓은 5개년 국정운영계획엔 원전·SMR이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으면서 ‘재생에너지 굳히기’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정부의 추진대로 재생에너지를 중점적으로 늘리고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게 되면은 전기요금이 현재 수준의 5배에서 10배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비용을 부담하고 국내 산업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산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산 기자재가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논란을 부추긴다. 현재 풍력 전동기 부품 84.6%, 클러치 64.5%, 풍력 발전기 휠 전량이 중국산이다. 태양광 인버터는 90%가 중국 업체 제품이다. 특히 한국에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태양광 인버터는 미국 유럽에서 각국 인프라를 해킹할 수 있는 매개가 되기 때문에 FBI의 전량 회수 조사 대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갑작스레 불거진 웨스팅하우스 불공정 계약 논란은 이러한 이재명 정부의 실책을 희석시키기 위한 ‘정치 이슈 물타기용’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원전 업계, 증권 시장 등에서는 이번 웨스팅하우스 관련 보도 내용은 올해 1월에 이미 공개된 내용을 재확인한 수준으로 새로운 악재로 보기 어렵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한전과 한수원이 향후 50년간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에 기술 사용료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를 지급하고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 기자재를 구매하기로 했다는 계약 조항이 대표적이다.
이는 무분별하게 현금을 상납하는 개념이 아니라 웨스팅하우스가 상업용 원자로 원천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로열티를 주는 개념이다. 한국 원전 산업은 1971년 고리 1호기를 만들면서 시작됐는데 당시 웨스팅하우스가 원전을 건설하는 등 한국은 초기부터 웨스팅하우스 기술에 많이 의지했다.
원전 기술 종주국인 미국은 자국 기술이 포함된 원자력 관련 제품이나 기술을 제3국에 수출할 때 반드시 미국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원천 기술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의 동의 없이는 한국 독자적으로는 해외 수출이 어렵다는 의미다.
향후 50년간 수출에 적용하기로 한 점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웨스팅하우스의 원천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 모델을 개발하면 ‘50년 조항’이나 기술료 지급 등을 피할 수 있다.
북미나 EU 등 수출 제약 관련해선 ‘단독 수주’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웨스팅하우스와 손잡고 동반 진출하는 건 가능하다. 즉 이 시장을 포기한다는 게 아니라 시장 문을 열 수 있는 웨스팅하우스를 등에 업고 오히려 시장에서 유리한 포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미 시장은 웨스팅하우스가 버티고 있어 한국 기업 단독으론 진출이 어렵다. 유럽 시장은 체코 원전 사업을 한국이 따내는 대신 나머지 국가는 한국 단독으로는 수주 시도를 하지 않는 쪽으로 웨스팅하우스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미국은 1979년 이후 30여 년간 신규 원전을 지은 적이 없다는 이야기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건설 능력이 크게 약화했다. 뒤집어 보면 세계 어느 곳에서 원전 사업을 하더라도 시공 능력을 갖춘 한국과 협업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러한 면에서 웨스팅하우스에 로열티를 주고 유럽 시장 교두보로 평가 받는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승리했다는 의미는 재해석된다. 체코 수주전 당시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원전 강자들의 경쟁이 치열했던 이유는 누가 먼저 유럽 시장에 치고 들어가냐의 중요한 아젠다였다.
한 원전업계 전문가는 “체코 원전 협의 당시 밍기적거리고 웨스팅하우스와 분쟁 국면으로 들어갔으면 일본, 프랑스 등에 빼앗겼을 것”이라며 “체코 원전 계약을 따냈다는 의미는 유럽의 교두보, 나아가 유럽 다음 제2 원전 시장으로 평가받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휩게 말해 향후 1000조원 규모의 세계 원전 시장에서 유리한 포석을 확보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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