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여성 비율 10% 내외 그쳐
성과 이어지려면 승진 연계 핵심

4대 금융지주가 여성 리더십 확대를 위한 자체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성 임원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충분한 자격을 갖춘 여성 인재가 고위직에 오르기 어려운 ‘유리천장’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여성경제신문이 신한·KB·우리·하나금융이 발간한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여성 고위직 비율은 신한금융(임원~본부장) 10.2%, KB금융(경영진) 8.8%, 우리금융(임원~본부장)이 7.7%, 하나금융(임원)이 5% 등이다.
다만 외부에서 선임되는 이사회 구성에서는 일정 수준의 성별 다양성이 확보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은 신한금융이 44.4%(9명 중 4명), KB금융이 42.9%(7명 중 3명)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은 33.3%(9명 중 3명), 우리금융은 28.5%(7명 중 2명)로 집계됐다. 다만 사외이사는 내부 인사 시스템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는 만큼 실질적인 조직 내 유리천장 해소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여성 인재 육성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KB금융은 ‘편견 없는 여성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WE STAR 제도’를 중심에 두고 여성 리더 육성을 위한 그룹 공동 및 계열사별 프로그램을 다각도로 운영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2018년부터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SHeroes)’를 통해 지난해까지 누적 331명을 배출했다. 하나금융은 차세대 여성 리더 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Waves)’를 운영 중이며 2030년까지 누적 300명 양성을 목표로 한다. 우리금융은 지난 3월 ‘그룹 여성 리더 네트워킹 데이’를 개최해 여성 리더십 제고와 성장 경험 공유를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여성 인재 육성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향후 리더십 프로그램이 단기 교육을 넘어 임원 승진과 연계되는 체계로 자리잡는지가 관건이다. 여성 고위직 비율은 그룹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10% 내외에 그친다. 육성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성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 인재풀의 확장과 더불어 실질적인 의사결정 참여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각 업권별 협회 등에서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금융지주의 여성 임원 비율은 20.7% 수준이었다. 한편 자산 2조원 이상 금융회사 99곳의 이중 여성 등기이사 비율은 약 14%에 그쳤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작년 말 기준, 나머지 금융사는 올해 2월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다.
오희정 사무금융노조 여성위원장은 "금융회사에서 여성들의 승진이 차별받는 유리천장이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면서 "자본시장법에서 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 기준을 자산총액 2조원 이상에서 1조원 이상으로 개정하고 여성 할당제 등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권의 한 여성 관계자는 본지에 “그룹 차원에서 여성 인재를 키우겠다는 의지는 느껴진다”면서도 “여전히 고위직 문턱은 높다는 느낌이 들고 실질적인 승진 사례가 꾸준히 나와야 제도에 대한 신뢰도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후배들에게 ‘이 길을 계속 가면 기회가 있다’는 확신을 주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