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험 자사와 전량 계약' 특약, 제재 대상
원보험사와 합의해 외국계 재보험사 배제도

대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코리안리재보험에 댜햐 부과한 과징금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업계 관행으로 여겨졌던 ‘특약 체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코리안리재보험에 댜햐 부과한 과징금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업계 관행으로 여겨졌던 ‘특약 체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재보험 시장에서 오랜 기간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온 코리안리재보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이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업계 관행으로 여겨졌던 '특약 체제'에 제동이 걸리면서 비정상적 계약 관행이 법적 기준 아래 재조명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5일 코리안리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상고심에서 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코리안리가 국내 보험사들과 일반항공보험 재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전량 자사 계약' 등 경쟁을 차단하는 특약을 설정한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코리안리는 1978년 민영화된 이후에도 '국내우선출재제도' 등 제도적 우위를 기반으로 국내 재보험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어왔다. 해당 제도가 폐지된 뒤에도 보험사들과의 장기 계약에 특약 조항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외국 재보험사의 진입을 막아왔다.

대법원은 이 같은 특약이 외견상 보험사와의 합의 형식을 띠고 있더라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실질적으로 거래 조건을 주도한구조라면 '경쟁 제한적 행위'로 간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경쟁사 진입을 막는 효과가 있다면 법 위반 심사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실제로 코리안리는 일반항공보험 시장에서 위험을 모두 자사에 맡기도록 하는 특약을 체결했고 보험료율 제공 및 재재보험 의무조항도 포함시켰다. 또 위험 부담 일부를 국내 보험사에 재출재했으며 나머지는 해외 재보험사와 선제적으로 계약해 외국사의국내 진입 여지를 원천 차단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은 2심에서 "보험사들이 업무 편의 등을 이유로 해당 특약을 선호한 측면이 있다"며 공정위의 제재가 과하다고 봤으나 대법원은 "거래 구조 전반이 코리안리가 구축한 틀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특약 체제에 참여한 보험사들이 오히려 더 많은 재재보험 수익을 얻게 되는 구조가 형성됐고 이는 다시 특약 이탈을어렵게 만드는 유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해외 재보험사와의 선제 계약도 "경쟁사의 국내 진출 유인을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기능했다"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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