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관련 민원 1년 새 2배
"수십 마리 다닥다닥" 불쾌감 확산
물 뿌리기·어두운 옷 착용 권고

한 시민이 옷에 붙은 러브버그를 털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한 시민이 옷에 붙은 러브버그를 털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러브버그라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수도권 전역에서 대량 발생하며 불쾌감을 호소하는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방제 민원은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전문가들은 살충제 대신 물 뿌리기와 어두운 옷 착용 등 간단한 대응법을 권고하고 있다.

2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에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9296건으로 1년 전 4418건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같은 유행성 생활 불쾌 곤충으로 분류되는 동양하루살이 민원(240건)의 약 38배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러브버그 출몰을 호소하며 "방충망을 닫았는데도 집 안까지 들어왔다", "창틀과 외벽에 벌레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등의 불쾌하다는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동남부나 일본 오키나와에 주로 서식하던 러브버그는 2022년부터 국내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량 발견되고 있다. 성충 수컷은 3~4일, 암컷은 일주일 정도 생존한다. 암컷은 한 번에 200~300개의 알을 낳지만 생존율이 높지 않아 대규모로 나타난 뒤 2주가량 지나면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러브버그는 우리 생태계에 큰 도움이 되는 익충으로 알려졌다. 토양 환경을 정화하고 꽃의 수분을 도우며 어류·새·곤충의 주요 먹이가 된다. 러브버그는 이슬이나 꽃의 꿀을 먹고 살며 사람을 물진 않는다. 밝은 불빛을 좋아해 도심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비행 중에도 암수가 붙어 다니며 짝짓기하는 모습이 특이해 러브버그라는 이름이 붙었다.

무분별하게 살충제를 사용해 제거하면 전체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지자체에서는 화학적 방역은 지양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는 최근 백련산 일대에 러브버그 전용 포집기를 설치했다. 살수차를 이용해 방역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마포구는 민원이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물 뿌리기(살수) 방식의 방역을 진행 중이다. 구는 주민들이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대응 요령도 마포구청 누리집과 SNS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인천, 경기 등 서울 외 수도권 지역에서도 지난해보다 폭증했다는 제보가 잇따른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시민 A씨는 여성경제신문에 "흰색 자동차를 운전하고 마트에 도착해서 내려보니 차 위와 옆면에 온통 러브버그가 붙어 있었다"며 "일단 외관 상 불쾌함과 두 개체가 붙어 있는 모습 자체가 흉측하고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김포시에 거주하는 B씨는 "동네 근처 카페에 갔는데 건물 외관이 흰색이라 유리창과 건물 옆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을 보니 역겨웠다"며 "출입하는 동안 문이 열릴 때 매장 안으로 들어와 탁자나 바닥에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C씨는 "길을 걷다가 눈처럼 공중에서 날아다니다가 머리나 팔 등에 붙어 떨어지지 않아 경악했다. 지나가는 어린아이들이 깜짝 놀라 우는 모습도 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물만 뿌려도 러브버그 날개가 젖어 간단하게 쫓아낼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지만 이외에 가정이나 야외에서 러브버그에 대응할 요령으로는 △야간 조명 밝기 최소화 △방충망 점검 △외출 시 어두운색 옷 착용 △차량 부식 방지를 위해 자주 세차하기 △끈끈이 트랩 설치 △벽이나 창문에 붙은 개체는 살충제 대신 휴지·빗자루를 이용하거나 물을 뿌리는 방법 등을 권유했다. 특히 러브버그는 붉은색을 선호하는 만큼 장기간 야외 활동 시 어두운색 옷을 입는 게 도움이 된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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