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가계대출 6조 불어날 듯
신용대출 4년 만 최대 증가
한은 금리 인하 제동 우려

서울 집값이 다시 치솟고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면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시장에 재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정책 대응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금리 인하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으로 5월 말(748조812억원)보다 3조9937억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 약 2102억원씩 늘어난 셈으로 이 속도가 유지되면 6월 전체 증가 규모는 6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8월(+9조6259억원) 이후 최대치에 근접한 수치다.
가계대출 증가의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이끌고 있다. 주담대(전세자금 포함)는 이달 들어 2조9855억원 증가한 596조6471억원, 신용대출은 1조882억원 늘어난 104조4027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대출은 하루 평균 573억원 증가하며 2021년 7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 중이다.
은행권에서는 “주택 거래 자금은 물론 증시 자금 수요도 대출 증가의 요인”이라며 “작년 8월 영끌 열풍 직전과 유사한 양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의 대출 신청·접수 건은 수개월 시차를 두고 실제 집행되므로 7월부터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에도 대출 증가세가 단기간에 꺾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 창구에서는 규제 시행 전 대출을 서두르려는 수요도 뚜렷하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전세와 매매 사이에서 고민하던 신혼부부가 매매로 방향을 바꾸고 규제 시행 전 대출을 완료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NH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외부 대환 목적의 주담대 신규 취급을 중단하고 우대금리 조건도 강화했다. SC제일은행은 대출 만기를 기존 5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며 실질적인 대출한도 축소 조치에 나섰다.
업계에선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대출 가산금리 인상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 축소 △1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차단 등 추가 규제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세를 낀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도권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의 중단 가능성도 있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아직 뚜렷하게 가시화되지 않은 가운데 국정기획위원회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 방안을 시사했다. 은행 대출 시 완충자본을 도입하고 위험가중치 하한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두 조치 모두 대출 가능 총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기획위는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78.6%가 부동산에 쏠려 있어 가계부채와 전세보증금을 통한 과도한 레버리지가 집값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출 총량을 줄여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한편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오는 7월 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논의될 예정이지만 현 추세가 지속되면 물가 및 금융안정을 우선 고려해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집값 상승은 기대심리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구체적인 공급 정책이 수도권에서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