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양쯔메모리 반도체 첨단시장 눈독
한국 장비 대만·홍콩 경유해 우회 확보
삼성·SK와 기술 격차 2~3년 수준 접근
인력 영입·기술 유출에 업계 불안 고조

중국 대표 메모리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한국에서 대거 확보하면서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가 분주해지고 있다. /챗GPT
중국 대표 메모리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한국에서 대거 확보하면서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가 분주해지고 있다. /챗GPT

중국 대표 메모리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한국에서 대거 확보하면서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가 분주해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반도체 산업 전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에 따르면 중국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5(LPDDR5)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국내 업체에서 대거 매입하고 있다. 일부는 장비를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정가의 1.7~2배 수준의 웃돈을 제시하는 '긴급 콜' 방식까지 동원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4세대 HBM(HBM3) 등 첨단 반도체 개발에 착수하면서 최첨단 장비 주문을 확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CXMT는 올해 초 10나노급 3세대(1z) 공정을 적용한 DDR5 16기가비트(Gb) 제품을 양산했으며 최근에는 3세대 HBM인 HBM2E 생산을 완료해 화웨이의 AI 가속기용으로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까지 HBM3 양산에도 나설 예정으로 이 경우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는 2~3년 수준으로 좁혀질 전망이다.

YMTC도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YMTC의 낸드 점유율은 8.1%, CXMT의 D램 점유율은 4.1%에 달한다. 업력이 10년도 되지 않은 두 기업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과점한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단숨에 4~6위권으로 올라선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한국산 반도체 장비를 직접 구매하는 대신 대만과 홍콩 등 제3국 유통망을 통해 확보하는 사례가 자주 포착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미국이 식각, 증착, 노광 등 24개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을 규제한 데 따른 우회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산 장비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미국), 도쿄일렉트론(일본) 등 글로벌 빅3 기업 제품에 비해 미국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덜해 중국 기업들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장비업체들은 원자층증착(ALD), D램 패키징 등 특화 공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국의 기술 습득 방식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인력을 영입하거나 첨단 기술을 탈취하려는 정황이 여러 차례 포착된 바 있다.

해외에서도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최근 루벤 브레켈만스 네덜란드 국방장관은 "중국이 반도체 기술 스파이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네덜란드 ASML이 개발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기술을 탈취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EUV 노광장비는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10~11㎚급 최첨단 D램 생산에도 필수적인 장비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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