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배터리 구독 서비스 추진 중단
자동차관리법, 소유권 분리가 걸림돌
니오, BaaS로 초기 구매비 25% 절감
"정부 세금·보조금 문제로 허용 어려워"

전기차 구매 부담을 줄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아의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결국 중단됐다. 차량 소유와 분리해 배터리를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모델이 현행 제도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소비자 기대 속에 출발한 배터리 구독 모델은 '제2의 타다' 신세를 면치 못했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해 7월 현대캐피탈, 신한EZ 손해보험과 함께 추진했던 전기차 배터리 구독 실증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배터리를 차량의 구성 부품으로 간주해 등록 시 소유권이 자동으로 차량 소유자에게 귀속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터리를 별도 상품으로 제공하려면 소유권 분리가 전제돼야 하지만 현행 체계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전기차 가격의 최대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차량에서 제외하고 매월 구독료를 내고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와 기아는 국토교통부에 '배터리 소유권 분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전기차 보급 확대와 소비자 부담 완화를 목표로 서비스를 적극 추진했지만 제도 개선이 지연되면서 결국 사업을 접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 내 이해관계 충돌도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든 배경이다. 특히 중소 폐차업체들은 배터리 재활용 경로가 차단될 경우 수익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아는 향후 법 개정이 이뤄지면 사업 재추진을 검토할 방침이다.

반면 중국은 배터리 구독 모델을 이미 상용화하며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NIO)는 2020년부터 'BaaS(Battery as a Service)' 모델을 도입해 배터리 분리·교환 방식을 기반으로 초기 구매 비용을 약 25% 절감했다. 배터리 교환소에서 충전된 배터리를 5분 이내에 교환할 수 있어 충전 시간 역시 크게 줄였다.
니오 산하 브랜드 온보는 지난해 9월 출시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L60'의 판매가를 14만9900위안(약 2859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테슬라 모델Y보다 40%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소비자는 차량 본체 가격만 지불하고 월 599위안(약 11만4200원)의 배터리 구독료만 부담하면 된다. 여기에 4개월 사용 시 1개월 무료, 60장 배터리 교환권 등 다양한 프로모션도 제공된다.
해당 모델은 배터리 노후화와 잔존가치 하락 부담을 줄이고 교체 및 업그레이드의 유연성을 제공한다. 배터리 교체 시에는 보관과 점검이 함께 이뤄지며 문제 발생 시 신속한 수리가 가능해 안전성도 높다.
니오는 현재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3240여 곳의 배터리 교환소를 운영 중이며 방전된 배터리를 3분 이내에 교체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했다. 올해는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25개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배터리 소유권 분리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가장 큰 이유는 세금 문제 때문"이라며 "배터리를 차량에서 제외하면 차량 가격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취득세나 취·등록세가 줄어드는 등 정부 세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보조금도 차량 전체를 기준으로 지급되는데 배터리를 제외한 가격만 등록하게 되면 실사용자는 전기차를 온전히 이용하면서도 가격은 낮게 책정돼 보조금이나 세금 측면에서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