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도 않은 FGI 여론조사 결과처럼 왜곡
연금 삭감 자동조정장치 추진 명분 의혹

보건복지부 /연합뉴스
보건복지부 /연합뉴스

2024년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개혁의 ‘공론화’ 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집단심층면접 즉 'FGI'를 통한 여론 수렴을 실시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마치 실제로 수행한 것처럼 각종 보고서와 설명회에서 기정사실화한 정황이 드러났다. 

16일 여성경제신문이 '2024년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정감사 당 보건복지부가 ‘연금 개혁’이라는 중대 이슈에서 국민 여론을 조작하거나 왜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는 감사 이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각 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하도록 되어 있다. 

2024년 복지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는 '연금정책관' 감사 부문에 "연금개혁안 준비 과정에서 집단심층면접(FGI)을 실시한 사례가 없음에도 FGI와 무관한 출입기자단 설명회, 의원실 토론회, 토크콘서트 등을 FGI 사례로 제시했다"며 "투명하고 과학적인 방법에 근거한 여론수렴 과정을 구성하고 신뢰성·타당성을 높일 조사방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토론회, 기자단 브리핑, 토크콘서트 등을 마치 FGI처럼 설명했다는 것. 하지만 실제 FGI는 연금개혁 추진안 설계에 활용되지 않았고 참가자 구성이나 질문 방식도 과학적 여론조사 기준에 미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2024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2024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회회의록 빅데이터 2024년도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당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심문하면서 "장관, 잘 아시겠지만 FGI라는 게 사람 몇 명 모아 놓고 수다 떠는 게 아니잖느냐"면서 "FGI를 통해 결론을 낸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한 줄 알았는데 FGI는 단 한 장도 없다.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조 장관은 "위원님이 지적하신 것이 맞다. 엄밀한 의미의 FGI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연금개혁안의 핵심인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뒷받침하기 위해 허위 공론화 과정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거세다. 자동조정장치는 출산율과 기대수명, 연금재정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급여를 깎는 시스템이다.  말 그대로 변수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독일 등이 시행 중인 제도지만 해당국가들은 장기간의 사회적 합의와 국민투표급 공론화 절차를 거쳤다.

노인빈곤율 1위 국가에서 ‘급여 삭감’이라는 민감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여론 수렴은 불투명했고 논의 구조는 엉터리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재정안정이 아닌 재정절감이 목표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기금 고갈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전가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 의원은 국정감사 당시 복지부를 향해 "이런 식으로 연금개혁을 하면 안 된다"며 "하지도 않은 FGI(표적 집단 면접조사)에서 청년들이 좋다고 했다고 하질 않나 이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연령과 관련해 차별하는 경우가 있느냐고 하는데 예를 찾기는 쉽지 않다"며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이런 것들이 나이에 따라 다르다는 것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만) 여론조사과정에서 여론조사 기관이 직접 참여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며 "여론조사는 앞으로 할 때 지적된 부분을 참고하겠다"고 해명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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