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익숙해도 금융앱은 아직 낯설다
보안설정부터 배우는 모바일 뱅킹 첫걸음
강사 참여·접근형 강의로 수강 몰입도 높여

12일 서울 도봉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된 '시니어 디지털 금융 교육'에 참석한 수강생들 /박소연 기자
12일 서울 도봉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된 '시니어 디지털 금융 교육'에 참석한 수강생들 /박소연 기자

“이걸 누르면 되는 건가요?”

복지관 교육장 안, 수강생들은 나눠 받은 자료를 넘겨보며 들뜬 표정으로 교육을 기다린다.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환경, 스마트폰 속 유튜브 앱은 익숙하지만 금융 앱 앞에서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낯선 기능을 기꺼이 익히려는 이들의 손엔 오늘도 스마트폰이 들려있다. 시니어들은 디지털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시 배우는 법을 선택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도봉노인종합복지관 디지털 학습 존에서 ‘시니어 디지털 금융 교육’이 진행됐다. 강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10분 전부터 강의실 좌석은 대부분 채워져 있었고 지각자는 없었다. 수강생들은 수업 전부터 배포된 책자를 읽거나 질문하는 등 능동적인 태도를 보였다.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가 주관하고 KB국민은행이 후원하는 디지털 금융 교육 '넌 은행 가니? 난 스마트폰으로 한다!'는 단순 설명 형식의 강의가 아닌 시니어 스스로가 직접 익히는 실습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누군가 대신 해주는’ 금융이 아니라 ‘내 손으로 해결하는’ 금융을 지향하는 교육 현장은 고령층의 일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적응 훈련의 장이 되고 있다.

주혜경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강사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소연 기자
주혜경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강사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소연 기자

이날 강의를 이끈 주혜경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강사는 금융감독원 인증 전문 강사다. 금융사기 예방 교육과 모바일뱅킹·오픈뱅킹·마이데이터 강의 등을 진행해 왔으며 현재는 서울 시내 복지관과 도서관, 노인복지센터 등에서 시니어 대상 금융교육을 전개하고 있다.

이날 교육에는 KB국민은행과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가 함께 제작한 전용 교재가 활용됐다. 참가자들은 각자 책자를 펼쳐 모바일뱅킹 사용법, 계좌 정보 통합 관리, 금융사기 사례와 예방법 등을 미리 읽어보며 수업에 대비했다. 특히 보이스 피싱 차단 앱 설치 등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항목들에 관한 관심이 높았다.

 KB국민은행이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와 함께 제작한 전용 교재 /박소연 기자
KB국민은행이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와 함께 제작한 전용 교재 /박소연 기자

현장에는 금융감독원 연계로 파견된 대학생 보조강사들이 배치돼 있었다. 수강생들이 화면을 따라오지 못할 때마다 손을 들면 곧바로 다가가 설명을 도왔고 질문이 있을 경우에도 지체 없이 응답하며 실습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지시켰다. 

쉬는 시간에도 참가자들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일부 수강생은 보조강사에게 어려운 점에 대해 다시 질문하거나 방금 배운 기능을 복기하며 반복 학습에 집중했다. 주 강사 역시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현장에 머무르며 질문에 응대했고 수강생 개개인의 진도를 일일이 확인했다. 

강사들이 수강생을 도와주고 있다. /박소연 기자 
강사들이 수강생을 도와주고 있다. /박소연 기자 

대부분의 수강생이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유튜브를 자주 사용한다고 답했지만 모바일 뱅킹을 실제로 활용해 본 이들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일상적인 디지털 사용과 금융 서비스 이용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감이 존재하는 셈이다.

실제로 은행 점포 축소가 가속화되면서 고령층을 비롯한 디지털 취약계층은 금융 서비스 이용에 실질적인 불편을 겪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금융기관까지의 평균 이동 거리가 1km 이내지만,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은 최대 27km에 달해 지역 간 격차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 또한 은행 지점, 점포 및 출장소 등의 수는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점포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그만큼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금융 교육과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업에서는 보안 관련 내용도 촘촘히 안내됐다. /박소연 기자 
수업에서는 보안 관련 내용도 촘촘히 안내됐다. /박소연 기자 

이날 수업은 단순히 사용법만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타인에게 알려주면 안 된다는 기본 보안 수칙부터 보이스 피싱에 실제로 사용된 메시지 사례까지 소개하며 경각심을 높였다. 수강생들은 실제 사례에 놀란 반응을 보이며 화면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모바일뱅킹 앱을 설치하기에 앞서 강의는 스마트폰 잠금화면 설정, 저장공간 확인, 알림창 보안 점검 등 기기 자체의 기본 보안부터 차근차근 짚어갔다. 낯선 기술에 대한 불안이 적지 않은 노년층 특성을 고려해 앱 설치 전 단계에서부터 안심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집중했다. 단순한 기능 설명이 아니라 심리적 진입장벽까지 낮추려는 방식이다. 마침내 모바일뱅킹 앱 설치까지 마친 수강생들은 1원 이체 실습도 무리 없이 마쳤다.

이날 교육에 참가한 조영난 씨는 “은행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는데 자주 안 하는 건 자꾸 잊어버려서다. 그래서 다시 익히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이날 교육에 참가한 조영난 씨는 “은행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는데 자주 안 하는 건 자꾸 잊어버려서다. 그래서 다시 익히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이날 교육에 참여한 수강생 조영난 씨(68)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자녀들이랑 따로 살아서 뭐든 물어보기가 쉽지 않다”며 “은행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는데 자주 안 하는 건 자꾸 잊어버려서 다시 익히고자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이 정말 만족스러워서 끝날 때까지 계속 다닐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주혜경 강사는 “젊은 시절 모아둔 전 재산을 모바일뱅킹으로 다룬다는 건 어르신들 입장에선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일”이라며 “요즘 해킹 이슈도 많다 보니 스마트폰에 계좌를 연결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앱 설치부터 하지 않고 화면 잠금이나 보안 설정 같은 안전장치를 먼저 하게 구성했다. 보안이 갖춰졌다는 인식이 들어야 비로소 편하게 실습에 들어가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 강사는 “연령대가 6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해서 개인별로 속도 차가 크다”며 “어떤 분은 앱 설치에 5분, 어떤 분은 20분 넘게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는 디지털 전환 속에서 고령층이 금융소외계층으로 밀려나는 문제에 대응하고자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디지털금융에 대한 이해와 실질적인 활용 능력을 높이는 현장 중심 교육을 확대하고 있으며 금융사기 방지 및 은퇴 금융 교육, 시니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사·연구 사업 등도 전개한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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