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 본격화에 금융·공공 협력 확산
바르샤바 지점, 국내 기업 진출 거점
‘One Team Korea’로 민관 공동 대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본격적인 재건 단계로 접어든 가운데 도시 인프라 복구와 에너지 재정비, 산업단지 조성 등을 중심으로 다국적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세계은행, IMF 등 국제기구와 주요국이 재건 지원에 뛰어든 상황에서 한국 역시 공공·민간·금융이 연계된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1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금융권은 단순한 자금 공급을 넘어 프로젝트 초기단계부터 위험분담, 파트너 연계, ODA 자금 활용까지 포함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현지 인접국에 전초기지를 선제 구축하고 한국 기업의 동반 진출을 금융이 구조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유효한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3월 폴란드 바르샤바에 국내 은행 최초로 정식 지점을 열고 우크라이나 재건사업과 유럽 지역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한 금융 거점으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정진완 은행장이 직접 현지를 찾아 안정환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우크라이나 재건추진단장과 만나 상수도 복구 및 산업도시 조성 등 공동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양 기관은 △우크라이나 상수도시설 재건 및 현대화에 대한 금융지원 협력 △폴란드 및 동유럽 지역의 신규 인프라 사업 공동 발굴 △우크라이나 호로독 산업도시 조성 등 다각적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번 논의는 한국 기업의 유럽시장 진출 확대와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을 위한 국제 협력의 일환으로 양 기관의 지속적인 공조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진완 은행장은 “이번 만남은 단순한 협력 차원을 넘어, 전쟁의 상흔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지역에 희망을 더하는 계기”라며 “재건사업을 비롯한 유럽 지역의 인프라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리은행은 폴란드 남부 카토비체에 사무소를 개설한 지 8년 만에 바르샤바에 지점 형태로 진출했다.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행장은 "바르샤바 지점이 재건 사업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신
현재 바르샤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방산 기업을 포함해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의 현지 법인이 진출해 있다. 우리은행은 향후 재건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바르샤바 지점이 국내 기업을 위한 금융 지원의 전진 기지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정우 폴란드 지점장은 “동유럽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폴란드에 국내은행 중 처음으로 지점을 설립하게 돼 그 의미가 매우 남다르다. 이로써 독일, 런던, 폴란드를 잇는 우리은행 유럽 삼각편대가 완성됐다”며 “폴란드의 지정학적 이점과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으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연구원 보고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진출을 위한 전략 수립 연구(이상헌, 성장환, 정연우, 송영일, 이승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은 단순한 주택·산업단지 조성 외에도 도로, 철도 등 교통 인프라와 전기, IT, 상하수도 등 자원 인프라까지 폭넓은 분야를 포함한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가 포함된 대규모 복구 사업의 특성상, 해외사업 경험이 풍부한 민간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 LH의 한계를 보완하고 체계적인 진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민관 협의체 ‘One Team Korea’ 구성이 제안된다.
이 협의체에는 금융 및 재원 조달 관련 공기업뿐만 아니라, LH가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컨설팅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기관들이 참여함으로써 재건사업 전반에 걸친 참여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형태의 민관 동반 진출은 각 사업 간 연계 추진을 가능하게 해 개별 프로젝트의 수익성과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또한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G2G 방식의 협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우크라이나 정부의 보증 확보와 국내 관련 펀드 연계를 통한 복합적 사업 모델도 가능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토지주택연구원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한 한국 참여는 국내 기업들에 큰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