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비혼 출산 제도 만들겠다"
이례적 발표에 전문가 긍정 반응

세계 주요국은 이미 결혼 여부를 따지지 않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왔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결혼이 출산의 전제조건처럼 취급된다. 2023년 한국의 비혼 출산율은 4.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1.9%의 10분의 1 수준이다.
프랑스는 신생아 10명 중 7명이 비혼 가정에서 태어난다. 스웨덴도 절반 이상이 비혼 출산이다. 독일, 체코, 헝가리 같은 동유럽 국가들조차 비혼 가정에 보육·수당·교육 등 실질적 지원을 확대하며 출산율을 회복하고 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8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가겠다”며 “비혼 출산이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비혼 출산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건 이례적이다.
하지만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법률혼 부부만 해당된다. 신혼부부 전세자금대출, 의료 동의, 가족수당에서도 비혼 가족은 배제된다. 아이의 출생신고조차 진술서를 요구받는다. 민법상 자녀는 ‘혼인 중’과 ‘혼인 외’로 나뉜다. 출발부터 차별이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직된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출산율 반등은 요원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은혜 인구미래연구소 연구원은 여성경제신문 “혼인 여부로 출산을 가를 이유가 없다”며 “혼인외 출생자 구분을 폐지하고 비혼가정 등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비혼 가정이 아동 발달에 부정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동의 정서와 인지 발달에 영향을 주는 건 ‘가족 형태’가 아니라 ‘안정적인 양육 환경’이라는 게 복지 연구계의 중론이다.
유럽은 이미 ‘출산=결혼’이라는 공식을 깨고 실질적 돌봄정책으로 돌아섰다.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계약(PACS)을 도입해 사실혼을 법적으로 인정했다. 비혼부모도 세금 공제와 가족수당, 의료 혜택을 동일하게 받는다. 스웨덴은 자녀 1인당 부모수당 480일을, 독일은 급여의 약 65%를 보장한다. 모두 혼인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결혼과 출산을 연관짓기보다 실질적 비용 절감에 집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자체라면 만남을 주선하기 보다는 실제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청년들을 선별하고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며 “현재로서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비용) 등 결혼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등 장벽을 낮추는 게 시급해 보인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