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무료 교체 전부터 재고 부족 '비상'
정보 유출 우려에 부가 서비스 가입 속출
대면 교체·앱 사용 어려운 취약계층 우려

26일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서 고객들이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서 고객들이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해킹 공격으로 가입자 유심(USIM) 정보 일부가 탈취된 SK텔레콤이 유심 무상 교체를 약속했지만 시행일 전부터 대리점에서 유심 재고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직접 가지 못하는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오는 28일 오전 10시부터 전 고객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유심을 무상으로 교체해 주겠다고 밝혔다. 19~27일 기간 자비로 유심을 교체한 고객들에게도 통신 요금 감면을 통해 유심 비용을 환급해 주겠다고 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유심 정보가 탈취됐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25~26일 양일간 하루 수만 명의 가입자가 유심 교체를 위해 SKT 대리점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심은 통신사 인증, 전화번호, 문자, 통화 등의 정보를 담고 있는 칩이다. 만약 해커가 유심 정보를 복제해 다른 기기에 넣으면 피해자 번호로 전화와 문자를 송수신할 수 있다. 또 금융 앱, 메신저, 이메일 등이 문자 인증코드로 로그인될 경우 해커가 그 코드를 가로채서 계정 탈취로 이어질 수 있다.

유심 무료 교체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28일 무렵에는 유심 공급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유심 무료 교체 대상자는 SK텔레콤 가입자 2300만명과 SK텔레콤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가입자 187만명을 합쳐 2500만명에 육박한다. 이미 26일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주변 대리점 서너 곳을 돌아봤지만 모두 유심이 품절됐다고 한다", "3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유심을 교체했다" 등의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유심 무료 교체를 시작하는 28일 오전 10시 전까지 최대한 물량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몰려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부족한 물량은 교체 예약 신청을 받아서 수급이 풀리면 다시 교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심 교체가 불편하거나 혹시나 모를 데이터 손실 등이 우려되면 SK텔레콤에서 무료로 제공 중인 부가서비스 '유심보호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T월드에 접속한 후 상단 배너에 유심보호서비스에서 '가입하기'를 클릭하면 된다.

해당 서비스에 가입하면 휴대전화 전원을 끄거나 비행기 모드로 변경해도 해커가 유심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으면 휴대전화 전원을 끄거나 비행기 모드로 변경했을 때 해커가 유심 정보를 통해 사용 권한을 탈취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대면 유심 교체 방식과 부가서비스 가입 등은 노인, 장애인, 도서·벽지 거주자 등 직접 대리점 방문이 어려운 디지털 취약계층에게는 어려운 조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SK텔레콤은 "본인인증 등을 고려해 지금은 대면 교체를 우선시하고 있다"며 "온라인 배송 등 향후 편의성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SKT 가입자는 "어르신들은 SKT 명의도용 차단 서비스 어떻게 가입하라는 거냐"라며 "거동도 불편해 오프라인 매장도 못 가시고 카카오뱅크 패스, 공인인증서 등도 없어 온라인 서비스 가입도 못 한다", "할머니 해드려야 하는데 복잡하고 머리가 아프다"라고 토로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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