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58회 산학세미나]
日, 전속 설계사 중심 판매채널 구조 유지
상품 출시 잦은 韓, GA 확대에 따른 경쟁
"'사망' 보장에서 '생명' 보장으로 변할 때"

류성경 교보다솜케어 대표가 25일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일본 생명보험사의 판매채널과 상품의 진화'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허아은 기자
류성경 교보다솜케어 대표가 25일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일본 생명보험사의 판매채널과 상품의 진화'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허아은 기자

고령화와 시장 포화라는 공통 과제를 앞둔 한국 생명보험업계가 일본 시장을 거울삼아 미래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5일 보험연구원이 서울 여의도에서 '일본 생명보험사의 판매채널과 상품의 진화'를 주제로 개최한 산학세미나에서는 일본 생명보험 시장의 채널·상품 구조를 통해 한국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전략을 모색하는 논의가 펼쳐졌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전속 설계사 중심 채널 구조와 생존보장형 상품 강화 흐름에 주목하며 단순한 모방이 아닌 한국 시장에 맞는 지속 가능한 모델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보생명 자회사 교보다솜케어의 원형규 대표는 발제를 맡아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와 시장 포화의 벽에 부딪힌 일본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시장의 미래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시장이 여성 모집인(보험설계사)을 중심으로 형성된 문화적 기반에서 출발해 전속 설계사가 정규직으로 고용된 독특한 구조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일본은 모집인을 회사의 '직원'으로 고용해 퇴직금과 복지를 보장하며 이는 '노조 조직화'와 '고용 안정성'이라는 문화적 특수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경우 생명보험 상품의 주력 보장 영역인 사망 보장은 20~50대를 중심으로 한 유족 보장을 위해 설계되고 있다. 원 대표는 "(한국 역시) 기존의 상품은 다양한 특약을 첨부하는 고부가가치형 상품이 주를 이뤘다면 향후에는 자신의 헬스케어와 노후까지 책임지는 대신 단순하고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원 대표는 향후 생명보험 시장의 방향성으로 “사망보장에서 생존보장으로의 과감한 전환”을 제시했다. 그는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인지증(치매) 환자, 독거노인, 고독사 위험군 등 사회적 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을 생보사는 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정하 신한라이프 혁신상품팀장이 일본과 한국의 생명보험 시장은 판매 채널 구조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객 중심의 상품을 설계하기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일본 생보업계가 여전히 '전속 설계사 중심'의 채널 구조를 유지한다는 점을 한국과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한국은 GA(보험판매대리점)를 통한 판매 확대에 따라 전속 설계사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채널 구조의 차이는 두 국가 생보사의 상품 출시 속도가 달라지는 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이 GA 시장의 경쟁 심화로 매월 신상품이 출시되는 상황이지만 일본 대형사는 연간 1개 수준에 그칠 정도로 신상품 출시가 드물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이와 같은 부분에서는 일본 생보업계의 구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겠지만 상품 난립과 승환 문제를 초래한다"며 "단순히 상품을 빨리, 많이 만드는 것보다는 고객 중심의 지속 가능한 채널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또한 이 팀장은 일본이 앞서 있는 영역으로 건강증진형 상품, 소액단기보험, 연금 등 고령화 대응 전략을 꼽으며 한국도 고령사회에 맞는 상품 개발을 위해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전속 설계사 중심 채널 구조와 생존보장형 상품 강화 흐름에 주목하며 단순한 모방이 아닌 한국 시장에 맞는 지속 가능한 모델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자로는 (왼쪽부터) 이정하 신한라이프 혁신상품팀장, 이은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류성경 동서대학교 교수가 참석했다. /허아은 기자
전문가들은 일본의 전속 설계사 중심 채널 구조와 생존보장형 상품 강화 흐름에 주목하며 단순한 모방이 아닌 한국 시장에 맞는 지속 가능한 모델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자로는 (왼쪽부터) 이정하 신한라이프 혁신상품팀장, 이은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류성경 동서대학교 교수가 참석했다. /허아은 기자

또 다른 토론자 이은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보험 판매 채널 고도화와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고령자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만큼 (보험시장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며 "채널 전략 및 규제 완화 등 대응책을 동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보험연구원에서 개최된 산학세미나는 원형규 교보다솜케어 대표이사, 이정하 신한라이프 팀장, 이은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과 류성경 동서대학교 교수가 발제 및 토론을 담당했다. 사회는 김헌수 순천향대학교 명예교수가 담당했으며 현장에는 보험업계 및 보험학계 관계자 약 40명이 참석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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