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가속하는 태국 금융
외국계 가상은행 진입 구도 촉각
카카오뱅크, 기술 기반 전략 주목

태국이 AI 기반 디지털 금융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며 외국계 플랫폼 은행의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태국이 AI 기반 디지털 금융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며 외국계 플랫폼 은행의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태국이 AI 기반 산업 구조 전환과 디지털 금융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의 진출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태국 정부는 금융·물류·헬스케어 등 핵심 분야에 AI를 적용하고 민간 기업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데이터 기반 경제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태국 중앙은행의 ‘가상은행(Virtual Bank)’ 진출을 준비하며 국내 디지털 금융의 플랫폼 전략이 태국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태국은 디지털 금융 시장 확대 과정에서 가상은행 도입 외에도 산업별로 새로운 사업자 유입이 이어지며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현지 금융업계는 사용자 기반 플랫폼 역량과 기술 중심의 서비스 설계를 갖춘 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카오뱅크는 모바일 중심 수신 구조와 자체 신용평가모형 등 차별화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AI 시장의 부상: 수출 기회의 새로운 장’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인적 역량 강화와 산업 고도화를 병행하며 AI 기반 경제 도약을 중장기 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시티 구축, 디지털 금융 확대, 고객지원 자동화 등 3차 생태계 중심의 AI 수요가 두드러지며 AI 기술이 금융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는 흐름이 감지된다.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해부터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상은행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민간 컨소시엄에 인가 신청 기회를 개방했다. 카카오뱅크는 태국의 주요 금융지주사 SCBX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9월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카카오뱅크는 해당 컨소시엄 내에서 20% 이상 지분을 확보해 2대 주주에 오를 전망이다. 인가 심사 결과는 이르면 6월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글로벌 핀테크 콘퍼런스 ‘머니 2020 아시아’에서 ‘디지털 은행의 성장 전략과 AI 혁신’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유일한 한국인 연사로 참여한 윤 대표는 기조 연설에서 “앞으로 펼쳐질 AI 시대에는 산업의 생태계가 AI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다만 금융업은 AI 기술만으로 혁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금융기업만의 고유한 데이터와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 중심적 사고'까지 갖춘 금융사만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AI에 최적화된 UI와 데이터를 갖추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며 “카카오뱅크의 성장 배경에는 기술을 통해 편리함을 극대화하고 고객이 느끼는 불편을 해소한다는 고객 중심적 사고가 있었다. 은행이 아닌 고객이 선택권과 주도권을 갖는 디지털 전환에 부합하는 소비자 중심의 플랫폼으로 거듭나 은행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비금융 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모형(CSS)인 ‘카카오뱅크 스코어’와 이를 통한 포용금융 혁신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성공적으로 개시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첫 해외 진출도 순항 중이다.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한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는 3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카카오뱅크의 아이디어가 담긴 신규 상품도 인도네시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태국의 AI 응용 분야로는 핀테크 외에도 AI 기반 결제 시스템, 디지털 정체성, 리스크 평가 등 금융 서비스 고도화 영역이 유망하며 금융 당국은 AI 기술이 시장 효율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태국 시장에 진입하게 될 경우 이는 단순한 해외 확장을 넘어 ‘기술 기반 금융 플랫폼’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검증하는 사례가 된다. 특히 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금융사가 철수한 지역으로 이번 인가는 28년간 닫혀 있던 문을 다시 여는 상징적 복귀로 해석된다.

익명을 요청한 인터넷은행업권 관계자는 본지에 “동남아 시장은 전체적으로 디지털 전환 속도는 빠르지만 금융업처럼 인허가가 필요한 분야는 각국마다 기준이 다르고 접근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이라며 “결국 얼마나 현지 제도에 맞는 모델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태국은 아세안 내에서도 디지털 금융의 제도화 속도가 빠른 국가로 가상은행 허가제 외에도 전자신분증, AI 기반 신용조회 시스템 등 금융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지닌 기술 역량과 사용자 기반 플랫폼 모델이 태국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현지화되고 정착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주목 포인트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중 최초로 아시아 내 복수국 진출이 현실화될 경우 카카오뱅크는 디지털 금융 수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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