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다음날 88세로 선종
"전생을 주님·교회에 헌신"

프란치스코 교황 /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 시각) 선종했다. 향년 88세.

21일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아침 7시 35분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발표했다. 프란치스코는 동성애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승인하는 등 소수자를 포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2014년 방한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로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었다.

프란치스코는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성요셉 신학교에서 공부해 사제서품을 받고 2001년 추기경에 서임됐다. 2005~2011년 아르헨티나 주교회의 의장을 지냈다.

베네딕토 16세가 2013년 건강상의 이유로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자 같은 해 프란치스코가 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프란치스코가 교황에 오르자 언론들은 그가 기록한 각종 '최초' 타이틀에 주목했다. 프란치스코는 첫 아메리카대륙 출신 교황이자 첫 예수회 출신 교황, 프란치스코란 이름을 사용한 최초의 교황이었다. 시리아 출신인 그레고리오 3세 이후 1282년 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출신 교황이기도 했다.

취임 후 그의 행보 역시 '최초'의 연속이었다. 프란치스코는 2013년 로마 인근 소년원에서 소년원생 12명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진행했다. 그들 중에는 두 명의 여성과 두 명의 무슬림이 포함돼 있었다. 가톨릭 남성만을 대상으로 했던 세족식 관습을 깬 것이었다.

같은 해 방송 기자회견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포용적 시각을 드러냈다. 프란치스코는 "동성애자가 선한 의지로 신을 찾는다면 누가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가톨릭 내 보수세력은 동성애를 금지하는 교리와 배치된다며 프란치스코를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가톨릭 사제가 동성애 커플을 축복할 수 있게 허용하는 등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여성을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낙태, 재혼자에 대한 성체성사 허용, 성직자의 독신 의무 등에 대해서도 진보적 입장을 밝혔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프란치스코는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개월 뒤였다. 교황이 방한한 것은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이었다.

프란치스코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 등을 직접 면담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모든 한국 사람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됐다"며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부 유가족에게는 직접 세례를 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는 최근까지도 약자의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행 중인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고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을 두고서는 "어린이들을 해치는 것은 잔학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날인 20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2층 발코니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도들을 향해 "부활절을 축하한다"고 말했는데 하루 만에 선종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안젤로 코마스트리 추기경이 대독한 부활절 연설에서 교황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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