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PPT도 챗GPT, 대학생 활용 늘어
'교수님에게 안 들키는 챗GPT 사용법'
"실무선 AI 활용도 경쟁력, 능력의 일부"

대학생들 사이에서 챗GPT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대학 수업 풍경이 변화하고 있다. 학습 보조 도구를 넘어 과제, 발표, 시험 준비까지 챗GPT에 의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일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챗GPT를 활용해 온라인 강의 과제에서 100점을 받는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왔다. "강의 영상 속 PPT를 캡처해 챗GPT에 보여주면 된다", "핵심만 A4 1장 분량으로 요약해달라고 요청하면 만점"이라는 식이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한 대학 산업디자인과 A 교수는 "요즘엔 필기하는 학생을 본 적이 없다"라며 "다 휴대전화로 '찰칵, 찰칵'하며 PPT와 칠판을 찍어간다. 그걸 챗GPT에 정리해달라 하면 필기 노트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어 논문 번역이나 자료 검색은 기본이고 리포트 작성도 챗GPT가 담당하는 사례가 많다. 서울의 한 사립대 공대 B 교수는 "챗GPT의 문장까지 그대로 복사해 제출하는 학생도 있다"며 "예상은 했지만 너무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모습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발표용 PPT도 챗GPT가 대신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PPT는 자신 있다'던 복학생들의 푸념이 나온다는 후문이다. 또한 컴퓨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코드 짜기' 시험이 끝난 뒤에는 "앞자리 학생이 AI를 쓴 것 같다"는 신고가 1~2건 접수되기도 한다. 음악대학에서는 작사·작곡을 챗GPT에 맡겼다가 감점당한 사례가 교수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학생들은 챗GPT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사립대 영문과 3학년 조모 씨는 "다들 쓰는데 나만 안 쓰면 뒤처지는 느낌"이라며 "학점 경쟁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유튜브에는 '챗GPT로 과제 5분 만에 끝내는 법', '교수님에게 들키지 않는 챗GPT 사용법' 등이 인기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교수들도 변화에 적응하는 분위기다. A 교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AI를 어떻게 잡아낼지 고민했지만 이제는 '어차피 쓴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부 대학은 AI 활용을 표절로 간주하고 탐지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AI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챗GP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한 국립대 신문방송학과 C 교수는 "챗GPT 사용을 무제한 허용했다"며 "광고회사 같은 실무 현장에는 'AI를 잘 쓰는 학생'을 오히려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챗GPT라도 활용 능력에 따라 결과물의 퀄리티가 다르다"며 "결국 잘 쓰는 것도 실력"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