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위해 전면 이전 필요성
인력 이탈·가족 분리 불가피 우려
전문가 “기능 분산 등 절충안 검토”

산업은행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23년 3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 규탄 결의대회를 연 모습. /연합뉴스
산업은행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23년 3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 규탄 결의대회를 연 모습. /연합뉴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한 정책적 필요성과 기업금융 효율성 저하 및 조직 이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맞선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주도한 산업은행법 개정 촉구를 위한 국민동의청원이 5만 명을 넘기며 국회 정무위에 회부된 상태다. 향후 90일 이내 국회 논의가 예정된 가운데 주요 쟁점에 대한 근거와 수치가 엇갈리고 있다.

11일 여성경제신문이 깐깐한 팩트탐구 코너를 통해 확인한 결과 산은 부산 이전을 둘러싼 주요 쟁점들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명분과 기업금융 효율성 저하에 대한 우려 속에 명확히 갈리고 있었다. 이에 따라 각 주장별 수치와 근거를 중심으로 쟁점별 사실관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은 지난 202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2023년 국토교통부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시한 데 따라 이전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정부와 금융당국은 모든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안을 검토했다. 이 안은 여의도에 최소 인력만을 남겨두는 형태로 본점 전체를 이전하는 방안을 전제로 했다. 산은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규정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은 국회에 제출된 지 2년 가까이 지났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 이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를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7일 부산상공회의소는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시민공감’과 함께 부산상의에서 ‘한국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전국 권역별 합동 토론회’를 열고 산업은행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구했다.

권역별 시민단체 대표는 공동성명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첫 출발점은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이라며 산업은행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안권욱 지방분권경남연대 공동대표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부산만의 문제가 아닌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적 과제인 만큼 전국 시민사회의 연대와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은 "대한민국은 수도권 일극 체제로 인해 지방은 소멸의 위기에, 수도권은 과밀화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한국산업은행을 비롯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함께 공론화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조속한 추진을 강력하게 요청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지역별 입장차가 존재한다. 산은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당시 부산 선거 유세에서 “국회를 잘 설득해 한국산업은행법 재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부산을 해양산업·금융 중심의 글로벌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부산을 방문해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협의회 측과 면담했으나 찬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당시 한민수 당 대변인은 “부산이 국제금융도시에 걸맞은 그랜드 플랜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산은 노조와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본점 이전에 따른 경제적 손실 가능성을 제기한다. ​노조가 한국재무학회에 의뢰한 'KDB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손실 요인은 수도권 대비 금융 네트워크 축소, 인력 이탈, 거래처 이탈, 신사옥 건립 및 주거 지원 등으로 구성된다. 실제 예상 손실 규모는 수익 감소 6조5337억원, 비용 증가 4702억원으로 누적 10년간 약 7조39억원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이와 별도로 국가 전체 차원의 생산·부가가치 유발 효과 감소액을 약 15조4781억원으로 산정했다. 이 중 지역 파급 효과는 동남권에 9703억원이 집중되는 반면 수도권은 1499억원에 그쳐 지역 간 효과 편중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산은은 모든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담은 계획을 2023년 7월 금융위원회에 보고했다. 당시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에는 ‘지역성장 중심형’과 ‘금융수요 중심형’ 두 가지 안이 제시됐으며 금융위와 산은은 전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지역성장 중심형 안을 채택한 바 있다. 부산으로 이전하더라도 수도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기능을 병행 배치하는 방식으로 본점 이전을 추진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산은지부는 당시 사측 컨설팅에 대해 일방적인 결론 도출 가능성을 지적하며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다. 당시 노조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본점 거래기업 및 협업기관 930명 중 84%가 부산 이전에 반대했고 73%는 이전 시 산은 대신 다른 금융기관과 거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함께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7%에 그쳤다.

내부 직원 205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98.5%가 이전에 반대했으며 기혼 직원 비율은 66.7%, 이 중 배우자가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는 53.4%로 나타났다. 노조는 이와 같은 현실적 여건을 근거로 지방 이전 시 가족 분리 문제와 주거비용 부담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은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논의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방향성과 정책금융의 실효성이라는 운영적 관점이 교차하는 사안이다. 법 개정 여부와 실행 방식에 따라 그 실질적 영향은 달라질 수 있으며 최종 결정까지는 정치권과 금융권 간의 지속적인 조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책적 명분과 현실적 실행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중간 해법에 대한 논의도 제기된다.

다만 양측이 제시할 수 있는 근거의 성격에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 설문조사 결과나 손익 추정치처럼 수치화가 가능한 자료는 상대적으로 제시하기 용이한 반면, 지역균형발전 효과나 정책 파급력 등은 성격상 계량화에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자료의 양상이나 구체성에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는 주장 자체의 무게보다는 계량 가능성과 논리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이에 단순한 수치 비교를 넘어 논거의 구조와 실행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해법은 각 주장의 논리적 타당성과 함께 실행 단계에서의 파급 효과를 함께 점검하는 데서 도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과 정책 효과를 함께 고려한 건설적인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여성경제신문에 "국책은행이 이전하면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는 서울에 거주하는 직원들이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인 대안은 서울과 부산에 필요한 기능을 나눠 배치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항만 금융처럼 부산에서 발달된 분야는 그쪽으로 이전하는 방식이 절충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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