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손충당금 2조7694억원
2년 새 1조6000억원 넘게 증가
전문가 "美 관세 영향 고려해야"

증권사들의 지난해 대손충당금이 약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 해소를 위해 증권사들이 충당금을 대거 적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7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27곳이 쌓은 대손충당금 규모는 2조769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조9875억원) 대비 39.3%(7819억원) 늘어난 규모다. 지난 2022년 기준 1조1680억원과 비교하면 1조6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은 금융회사가 대출 자산 일부가 회수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회계상 준비금이다. 대손충당금이 급증한 배경으로는 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업 부진과 PF 사업의 부실화가 꼽힌다. 대출 회수 가능성이 낮아진 점이 증권사들의 선제적 충당금 적립을 유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업계 평균 고정이하자산비율도 2022년 2.6%에서 2023년 5.1%, 2024년 7.8%로 급증했다. 금융사는 보유 여신을 자산건전성에 따라 5단계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자산건전성이 가장 양호한 상태인 정상에서부터 회수가 어려운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으로 분류한다. 이중 고정, 회수의문, 및 추정손실로 분류된 여신의 합계액을 총여신으로 나눈 비율이 고정이하여신비율이다. 이는 금융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고정이하자산비율을 보면 중소형 증권사들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대형사에 비해 높았다. 대형사 고정이하여신비율을 살펴보면 삼성증권 5.6%, 한국투자증권 2.6%, 미래에셋증권 1.6%, NH투자증권 1.6%, KB증권 0.8% 수준으로 1~5% 안팎이다. 중소형사 중에서는 부국증권이 24.8%로 가장 높았고 BNK투자증권이 22.0%이 뒤를 이었다. 이어 iM증권 19.6%, SK증권 18.3%, 현대차증권 11.7%, 유진투자증권 11.0%, 교보증권 10.6%, DB금융투자 10.2%, 다올투자증권 10.0% 신한투자증권 8.5%, 한화투자증권 7.8% 순으로 높았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SF평가본부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부동산 PF와 관련해서는 2023년과 2024년에 충당금을 상당 부분 적립해 온 만큼 올해부터는 충당금 적립 속도가 다소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만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예상보다 빠르게 관세를 공격적으로 부과하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당초 올해는 충당금 적립 기조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된다면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에 "건설사 부실이 확대될 경우 PF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뿐 아니라 증권사에도 간접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며 "결국 건설업 불황이 주식시장 부진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증권사 실적 악화로 연결되는 구조다. 경기 부진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증권사들의 향후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다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경제신문 서은정 기자 sej@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