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능 위주 승진, 韓 서열·순환보직제 중심
고용·임금제 개편 없는 정년 연장 부작용 우려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한국의 낮은 생산성이 인재 배치의 비효율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보다 학업 성취도가 높은데도 생산성이 낮은 것은 연공서열과 순환보직제 등 경직된 구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장용성 금통위원은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미국 간 생산성 격차의 원인을 분석하고, 고용 유연화 없이 정년이 연장될 경우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보다 생산성이 낮은 것은 인재 풀(Pool)을 잘못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인재 풀만 보면 한국이 미국보다 못할 게 없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지난 2023년 미국의 1인당 노동 생산성을 100이라고 했을 때 한국은 59에 그쳤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인용했다. 시간당 생산성은 56으로 더 낮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생산성 격차의 원인으로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 차이가 지목됐다. 한국의 중고등학생 수학·과학 능력 시험 성적이나 지능지수(IQ)가 미국보다 월등하게 높은 것만 봐도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장 위원은 "미국은 재능 위주의 승진과 인력 배치로 잘하면 계속 맡긴다"며 "반면, 우리는 연공 서열, 학연, 지연, 혈연, 순환보직제를 중시한다"고 비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87년부터 2006년까지 장기 재임했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들었다.
그는 "미국에는 정년제가 사실상 폐지된 직장이 많다"며 "인품, 경험, 능력이 있으면 오래 모시려고 하고 젊은이들도 그를 롤모델로 삼는다"며 "중국과 인도의 경우 현재 생산 설비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기만 해도 생산이 지금의 2배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규직 근로자의 과도한 고용 보호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고용시장 유연화는 경기 확장기에 생산과 고용을 5% 정도 증가시킨다"고 짚었다.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고용을 유연화하거나 임금 제도를 개편하지 않고 정년만 늘리면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해 10월과 11월 기준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냈던 장 위원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실기론에 대해 "당시 판단으로는 그게 최선이었다"며 "요즘처럼 가계부채나 집값 문제가 또 대두하면 예전에 고민했던 부분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