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한은 공동 주최 '기후금융 컨퍼런스'
이복현 “저탄소 전환 금융 활성화해야”
이창용 “기후 리스크 측정·평가가 출발점”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이 강화되고 탄소 감축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금융권도 더 이상 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융기관이 기후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행·금융감독원·기상청 및 국내 금융기관은 국내 최초로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번 테스트는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서 한은과 금융감독원이 공동 주최하는 '기후금융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김완섭 환경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상협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사무총장 등이 자리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 기후 리스크 감독 방향으로 △저탄소 전환 금융을 활성화 △지방 소재 금융사 및 지자체 협력 강화 △전사적 기후 리스크 관리 체계 정착 유도 등을 꼽았다. 그는 "탄소 절감을 위해 애쓰는 기업들이 저탄소 전환 자금을 충분히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올해 중 금융위, 환경부와 협의하여 ‘전환 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 또 '녹색 여신 관리 지침'에 따라 녹색 기준을 충족하는 녹색 여신은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전환 금융과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내 중소기업이 제조 현장에서 탄소 감축을 위해 필요한 컨설팅 제공을 확대하고 저탄소 전환 설비 투자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금융회사 경영진은 저탄소 전환에 대한 장기적 안목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고 금융 현장에서 ‘기후 리스크 관리 지침서’가 구현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이창용 총재는 연세대학교와 반기문재단이 주최한 ‘글로벌 지속가능 발전포럼(GEEF)에 참석해 기후변화의 위협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의 삶과 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최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자 급증, 갑작스러운 극한 호우로 인한 서울 도심 및 산업 현장의 침수, 그리고 기온 상승으로 인한 농산물 재배지와 연근해 어종 분포 변화 등이 좋은 예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관련 상품의 가격이 급등하는 등 기후변화의 위협은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은행과 금융 당국도 기후 리스크로 인해 기존 금융시스템이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리스크가 무엇이며 그로 인한 잠재적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며 "금융기관은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위험 관리자'로서, 전환 리스크에 대해서는 녹색 전환을 위한 자금을 공급하는 '위험 수용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기후 리스크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은행·보험사에 대한 하향식 기후변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기관들의 손실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정부의 기후 대응 정책 도입 강도와 도입 시기에 따른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네 가지 시나리오가 설정됐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경우를 '1.5℃ 대응', 2050년 탄소 배출을 현재보다 50% 감축하는 경우를 '2℃ 대응', 2030년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2050년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를 '지연 대응', 기후 정책을 도입하지 않는 경우를 '무대응' 등으로 분류했다.
이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기후 정책 도입을 지연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하면 금융권의 손실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짚었다. △1.5℃ 대응과 △2℃ 대응 때는 2100년까지 금융권의 예상 손실 규모가 27조원 안팎에 그쳤지만 지연 대응 때는 급격한 탄소 감축에 따른 전환 리스크 확대 등으로 예상 손실 규모가 약 40조원까지 늘어났다. 무대응에 따른 예상 손실 규모는 45조7000억원에 달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