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현상에 은행 수익 모델 변화 필수
디지털 소외 해결할 금융 교육 강화 필요

2025년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경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대출 수요 감소, 금융시장 변화,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여러 도전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은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출산율이 장기간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초저출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23년 0.72명까지 낮아졌으며 2030년 정책목표인 1.0명을 달성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따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고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7.5%를 기록했고 올해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본격 진입한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금융권 역시 기존의 사업 모델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동력 감소와 경제성장 둔화로 인해 자금 흐름이 변화하고 있으며 은행의 핵심 고객층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고령층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금융 서비스 수요도 변하고 있어 금융권이 이를 반영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KIF) 서정호 연구위원의 '인구변화에 따른 은행의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노동 공급이 줄어들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정부의 복지 지출이 증가하고 은행의 주요 고객층이 변화하면서 금융 산업 전반에 걸쳐 수익성 저하와 대출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핵심 예금 기반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고령층의 금융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는 점을 감안해 개인 자산 관리(WM), 신탁, 연금 등의 비이자 수익 사업을 확대하고 역모기지론 등 부동산을 활용한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유언신탁, 교육자금증여신탁 등이 활성화되면서 신탁업이 빠르게 성장한 바 있다.
또한 고령화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자금 조달 방안을 다변화하고 있다. 연금통장을 활용해 안정적인 예금 기반을 확대하고 장기 예적금 상품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변동성을 줄이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일본의 주요 은행들은 동남아시아 등 젊은 인구가 많은 국가로의 진출을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으며 국내 은행들도 유사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변화도 중요한 이슈다. 고령화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은 부동산 담보 대출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보고서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은행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대체 투자와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의 이러한 전략 변화 속에서 점포 축소가 가속화되면서 고령층 등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소외 계층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효율화를 명분으로 한 점포 정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가 심한 지역일수록 은행 점포 접근성이 낮아 고령층의 금융 소외가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서비스 이용을 위해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1km 안팎인 반면 강원·전남·경북 등 지방은 최대 27km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디지털 전환으로 예·적금이나 대출 상당수가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어 점포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소외 계층의 불편은 여전하고 특히 고령층은 디지털 금융 기술에 익숙하지 않아 송금, 환전 등의 간단한 금융 업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은행 지점이 없어지는 곳은 대부분 낙후되거나 고령화된 지역이라 동네 지점이 없어지면 옆 동네로 가든 차를 타고 나가든 걸어가든 가야 한다. 금융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은행들이 초고령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금융 환경 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선제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다. 단순한 대출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자산 관리, 연금, 신탁 등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하는 한편, 금융소외 계층 보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점포 축소에 따른 대책과 디지털 금융 교육 확대 등 금융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변화에 맞춘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고령층 대상 금융 교육이나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오 사무총장은 "협의회는 각 지역 노인종합복지관, 대한노인회 경로당, 노인대학 등을 통해 금융사기 예방 등 교육 프로그램도 추가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