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감염병 대유행 사망자 급증
화장장·장례식장 포화로 장례 지연
초고령화 맞춰 시설 확충 근본 대책

화장장과 장례식장의 수용 능력은 한계를 맞았다. 청주의 한 화장장은 하루 22구 화장 가능하지만 예약이 연일 포화 상태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주요 대도시의 화장장 예약도 사흘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로 찼다. /연합뉴스
화장장과 장례식장의 수용 능력은 한계를 맞았다. 청주의 한 화장장은 하루 22구 화장 가능하지만 예약이 연일 포화 상태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주요 대도시의 화장장 예약도 사흘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로 찼다. /연합뉴스

올겨울 역대급 호흡기 감염병 유행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전국 화장장과 장례식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유족들은 화장장을 찾지 못해 부득이하게 4일장이나 그 이상을 치르는 사례도 나온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1월 둘째 주 기준, 외래 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86.1명으다.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고령층 사망률 증가와 함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메타뉴모바이러스, 코로나19 등의 확산이 겹치면서 동절기 사망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화장장과 장례식장의 수용 능력은 한계를 맞았다. 청주의 한 화장장은 하루 22구 화장 가능하지만 예약이 연일 포화 상태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주요 대도시의 화장장 예약도 사흘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로 찼다.

화장장 예약 문제는 장례 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유족들은 빈소를 늦게 차리거나 전통적인 3일장이 아닌 4일장 이상을 치르는 사례가 급증했다. 프리드라이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5일까지 4일장 이상의 장례 비율은 전월 대비 17%포인트 증가했다. 건수 증가율은 180%에 달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화장장을 찾지 못해 원정을 떠나는 유족도 늘고 있다.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에서는 빈소 부족으로 유족들이 고인을 안치실에 모셨다가 다음 날에서야 빈소를 차리는 사례가 발생했다.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은 최근 들어 4일장을 치르는 경우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장시설 가동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전국 지자체에 예비 화장로를 포함한 화장로 가동 횟수를 늘리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은 화장로 가동 횟수를 각각 14회차와 15회차로 확대했으며, 청주시 목련공원은 예비 및 비상 화장로를 추가로 가동 중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정부는 2019년 말 기준 59곳이던 화장장을 지난해 62곳으로 늘리고 화장로를 357기에서 391기로 증설했지만, 화장장 예약난 해소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장례업계는 동절기 화장 수요를 대비한 추가 화장시설 확보와 지역별 균형 있는 시설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최재실 전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당장 해결하기 위해선 화장로 회차를 늘리는 방법밖엔 없다. 다만 화장로는 일정 가동 횟수가 넘어가면 과부하로 장애가 발생한다"면서 "결국은 다른 지역까지 가는 원정 화장 뿐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화장시설을 늘려야한다. 초고령화로 갈수록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계획을 세워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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