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원인·피해·공항관리 등 다양한 의문점
전문가들 "조류 충돌만으로 설명 안 돼"
"충분한 활주로 길이가 비상시 사고 방지"
이웃들 "편하게 사나 했는데, 이게 무슨 일"

이번 제주항공 참사가 다른 항공사고에 비해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조류 충돌로 엔진에 화재가 발생해 랜딩기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기체 정비에 문제가 있었던지와 관련해 원인 규명이 시급하지만, 관련해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된다.
먼저 이번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 따른 기체 고장이 꼽히는 가운데 무안국제공항에서는 최근 6년간 조류 충돌이 10차례나 발생했으나 예방설비는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실에 따르면 무안공항에는 현재 조류 충돌 예방 설비 중 하나인 버드 스트라이크 탐지레이더와 열화상 탐지기 등 2종의 설비 모두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참사 당일엔 무안공항 조류 예방 활동 근무자 4명 중 2명만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다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가설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단순 조류 충돌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이는 것이다.
김현덕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이 하나 고장 나더라도, 나머지 엔진만으로도 랜딩기어는 작동된다. 수동으로도 조작된다"라고 말했다. 심재동 세한대 항공정비학과 교수도 "유압 계통이 동시에 다 망가져야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항공 전문가이자 에어라인뉴스의 편집자인 제프리 토머스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조류 충돌은 굉장히 자주 발생하지만, 일반적으로 비행기에 손상을 입히는 일은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호주 항공 전문가 제프리 델 역시 "새 떼가 엔진에 빨려들면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바로 엔진이 꺼지지는 않기에 조종사가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다"며 "조류 충돌로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는 일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활주로가 짧아 피해가 더 커졌단 분석도 나온다.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한 채 동체 착륙한 제주항공 항공기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활주로 끝단까지 가는 바람에 항행시설 구조물과 충돌해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활주로 길이가 짧으면 착륙 시 제동과 조종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특히 비상 상황에서는 충분한 길이가 사고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조원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불이 났는데도 활주로 끝에 가도 정지가 안 됐다"며 "무안 공항 활주로가 너무 짧다. 그래서 이탈해서 넘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는 약 2.8㎞로 국내 공항 중 소형에 속한다. 이는 인천공항(3750∼4000m), 김포공항(3200∼3600m), 김해공항(3200m) 등과 비교해도 800~900m가량 짧은 편이다.
전라남도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개항과 동시에 활주로 연장을 요청해 왔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그러다가 2022년이 돼서야 현재 2조7413억원을 투입해 활주로 길이를 3.126㎞로 늘리는 연장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 공사 탓에 참사가 난 어제 무안공항 활주로는 300m가량 이용할 수 없는 상태라 피해가 더 커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국토부는 활주로의 길이는 사고의 원인이 아닐뿐더러 무안공항은 국제공항으로서 조건을 모두 갖춘 상태라고 설명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활주로 길이는 2800m다. 사고가 났던 항공기 크기의 C급 항공기가 그전부터 계속 운항해 왔다. 활주로 길이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안공항은 원래부터 국제공항으로, 국제공항으로서의 조건이 갖춰져 있다"며 "이미 기반 시설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국 발표에 따르면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망자는 179명으로 집계됐다. 구조된 생존자는 2명으로 분류됐다. 사고 당시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 객실 승무원 4명, 조종사 2명 등 모두 181명이 타고 있었다. 이번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로 남게 됐다.
전라남도 담양군에 거주하는 김모 씨(여·83)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사고 당일 아침에 이웃집이 달려와서 바로 뉴스를 켜보라고 했다"며 "뉴스로 친구의 사고 소식을 접했다. 함께 농사일하는 친구가 바쁜 딸기 수확 철을 피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행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껏 (그 친구가) 힘들게 살았다. 이제 조금 생활 형편이 풀려서 여행 간다고 하길래 이제 편하게 사는구나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이모 씨(남·56)는 "이번 사고로 형수와 조카를 잃었다"며 "매년 같이 여행가는 계 모임을 했었는데, 형수가 계모임 총무라 모든 공지를 올렸다. 하지만, 어제 사고 소식을 듣고 돌아가신 형수 대신 계모임에 부고 소식을 올릴 땐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며 "말이 안 나온다. 남겨진 형은 어떻게 사냐. 주변 이웃 중 또 누가 사고를 당한 건 아닐지 싶어 마음이 너무 안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