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의약학 계열 '쏠림 현상' 심화
치대·약대·한의대 정시 이월 인원 급증
의대 선호 지속, 입시 판도 변화 주목

의대 증원으로 인한 대입 판도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상위권 학생의 선호가 집중된 의약학 계열 내에서도 의대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치대, 약대, 한의대 등에서 등록 포기 사례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30일 입시업체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수시모집에서 약대 13곳의 미등록자는 총 294명이다. 모집 인원 372명 대비 약 79.0%에 달했다. 지난해 미등록자 202명보다 약 1.5배 증가한 수치다. 치대와 한의대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연세대 치대는 모집 인원 34명 중 32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부산대 한의대는 최초 합격자 20명 전원이 등록하지 않았다.
수험생이 수시모집에서 최대 6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의대와 중복 합격한 학생들이 의대를 선택하면서 이러한 등록 포기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올해, 특히 지방 의대와 치대, 약대 간 점수 중첩이 심화하여 의대 선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 상황이다.
지방 의대에서도 등록 포기율이 크게 증가했다. 충북대 의대는 모집 인원 대비 등록 포기율이 200%에 달했다. 지난해 44명에서 올해 120명으로 약 2.7배 증가했다. 제주대 의대는 등록 포기자가 46명으로 전년 대비 2.5배 증가했다. 부산대 의대 역시 등록 포기자가 지난해 29명에서 올해 87명으로 3배 증가했다.
의대 지역인재 전형 확대와 맞물리며 의약학 계열 내 중복 합격을 심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서울 및 수도권 의대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
수시 등록 포기 사례가 급증하면서 정시 이월 인원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국 39개 의대의 정시 이월 인원은 33명이었지만, 올해는 100명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부 입시 전문가들은 정시 이월 인원이 최대 200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의료계는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는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시 이월 금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확정됐고 정시 이월 금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 "서울대 의대를 포함한 주요 의대들의 정시 합격선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면서 "기존 예상치보다 수시 미등록 인원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종로학원이 예측한 서울대 의대 합격선은 표준점수 415점(600점 만점)으로 이는 지난해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의대 증원은 치대, 약대, 한의대의 입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기존에는 상위권 수험생들 간 선호도가 나뉘던 의약학 계열 내에서도 의대로의 쏠림이 더욱 강해졌다"면서 "그 여파로 정시 이월 인원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변화가 향후 입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