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부, 지체장애인 시설접근권 보장 미비"

소규모 매장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등의 접근성을 위해 경사로 등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에 배상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국가배상책임"이라고 판결했다.
19일 대법원은 정부가 편의점 등 소규모 소매점에 경사로 같은 지체장애인을 위한 접근시설 설치 의무를 장기간 부과하지 않아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은 위법한 행위라고 봤다. 이에 대한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국내 장애인 접근성은 열악한 상황이다. 여성경제신문이 올해 보도한 특별 기획 '장애인장벽'에 따르면 장애인을 위한 접근 경사로뿐만 아니라 출입문도 여닫이인 경우가 많다. 공공기관, 민간기업, 쇼핑몰 등 총 8개 건물을 본지가 취재한 결과 5개의 건물은 여닫이문이었다. 62.5%가 자동문이 아니다.

장애인등편의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지체장애인을 위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소규모 소매점의 범위를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1998년 제정된 구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은 지체장애인을 위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소규모 소매점의 범위를 '바닥면적의 합계가 300㎡ 이상의 시설'로 정했다. 시행령 규정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편의점 중 97% 이상이 장애인 편의 제공 의무에서 면제된다. 이 시행령은 2022년까지 개정되지 않았다.
최근 A씨 등은 국가가 20년이 넘도록 구 장애인편의법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아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장애인 접근권이 형해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가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관련해 대법원이 국가가 당사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A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소송에서 오늘(19일)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이같이 판결했다.
대법원은 정부가 장애인인 원고 2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파기자판을 통해 직접 명령했다. 파기자판은 원심판결을 깨면서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정부)의 개선 입법 의무 불이행으로 장애인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평등권을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피해를 봤다"며 정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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