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국내 제약주 연일 '파란색'
시장 신뢰 회복·자금 조달 등 우려 제기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13.98포인트(0.55%) 내린 2,520.36으로 장을 마감한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13.98포인트(0.55%) 내린 2,520.36으로 장을 마감한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 정국에 국내 증시가 흔들리면서 국내 5대 제약사(한미약품·유한양행·대웅제약·종근당·녹십자) 주가도 연일 하락세를 걷고 있다. 계엄 사태 직후 국정 혼란이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시장 신뢰 회복과 자금 조달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5대 제약사의 주가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부터 이날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미약품 주가는 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 3일 오후 28만원으로 장을 마감한 뒤 이날 종가 기준 24만5000원으로 12.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한양행도 12만200원에서 10만9300원으로 9%, 대웅제약은 12만8500원에서 11만5500원까지 10% 이상 주가가 빠졌다. 종근당과 녹십자 역시 동일한 기간 각각 9.8%, 9.07%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이외 HK이노엔, JW중외제약 등도 사태 직후 이날까지 주가 내림세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는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줄곧 혼란을 겪고 있다. 앞서 야당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을 밀어붙인 뒤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진행됐지만 여당 측 집단 불참에 표결 자체가 불성립됐다. 직후 첫 장 거래일인 9일 주식 시장은 불확실성에 따른 후폭풍이 지속되며 코스피와 코스닥이 급락 마감했다.

제약주의 경우 바이오주와 함께 주요 기업의 3분기 실적 호조와 기술이전 등 성과로 하반기에 기대감이 몰린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이 예상돼 왔다. 제약주는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Big cut·기준금리 0.5%p 인하) 단행 뒤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해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혀왔는데 계엄 사태로 급락했다.

사태 직후 업계에선 투자심리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전통 제약사 중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항암제 등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중인 곳이 적잖은 가운데 탄핵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국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을 하려면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기간에 사태가 수습되지 않으면 (자금 조달)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제약사 자체적인 자금으로 사업을 진행하기엔 한계가 있다 보니 외부 투자 유치는 거의 필수적이다. 사태 장기화는 제약사의 신약 R&D(연구·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신약 사업을 진행 중인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도 "정치적 불안정 탓에 투심이 위축되고 국가 신뢰도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며 "국내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 내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속한 정치권 안정과 환율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약·바이오 기업은 추가 타격이 계속될 것"이라며 "최근 IPO(기업공개) 시장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 내 여파가 본격화되기 전에 적극적인 대응책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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