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역사 해석 한 단계 업그레이드
포용 vs 착취 제도 결정은 '정치' 영역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지난 14일 대런 아제모을루(MIT 교수), 사이먼 존슨(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시카고 대) 등 3명을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지난 14일 대런 아제모을루(MIT 교수), 사이먼 존슨(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시카고 대) 등 3명을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2024년 알프레도 노벨 기념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에는 정치 제도가 국가 간 부의 차이를 어떻게 만들어내는가를 연구한 경제학자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지난 14일 대런 아제모을루(MIT 교수), 사이먼 존슨(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시카고 대) 등 3명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이들은 튀르키예 출생 1명, 영국 출생 2명이지만 미국 대학 교수란 공통점이 있다.

'미래의 공장은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만 고용하게 될 것'이라는 파격적인 내용의 '권력과 진보'를 공동 저술한 아제모을루와 존슨 교수는 기술 혁신이 이어지면 근로자 1인당 평균생산성은 더 높아지지만, 고용 생산성이 높아져 사주가 임금을 올려줄 가능성은 없다는 시사점을 던져준 바 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엔 아제모을루 교수와 저술에 공동으로 참여한 경제학자 두 명이 포함됐다. 먼저 로빈슨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란 저서에서 "한 나라의 정치제도는 시민이 정치인을 통제하고 그들의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결정한다"며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2020년 9월 출간한 '좁은 회랑'은 국가와 사회가 '제로섬' 경쟁이 되지 않도록 견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회랑을 만들어야 자유가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고 재분배 정책을 강화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권력과 진보'에서 아제모을루는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라는 개념을 도입해 제도가 사회적 기회와 불평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포용적 제도는 경제적 기회와 정치적 권한이 광범위하게 분배되는 구조로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반면 착취적 제도는 소수 엘리트가 권력을 독점하며 다수의 경제적 기회를 제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비판이다.

정치 제도가 형성되고 변화하는 이론적 틀에 대한 시각 자료.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인은 △엘리트와 대중 간의 갈등 △대중의 동원 및 위협 △엘리트와 대중 간의 약속 이행 문제 등 3가지 틀로 현상을 분석했다. /스웨덴 과학원
정치 제도가 형성되고 변화하는 이론적 틀에 대한 시각 자료.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인은 △엘리트와 대중 간의 갈등 △대중의 동원 및 위협 △엘리트와 대중 간의 약속 이행 문제 등 3가지 틀로 현상을 분석했다. /스웨덴 과학원

남한과 북한의 제도 차이가 결국 국가의 명운을 결정했다는 그의 주장도 이런 이론적 바탕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더글러스 노스가 역사적 경제 분석을 통해 제도의 변화를 설명했던 방식과 닮았다. 다만 아세모글루는 더 나아가 권력 구조의 분석을 통해 정치적 상호 작용이 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를 설명했다.

제도경제학의 기초를 확립, 경제사 연구의 새 지평을 연 인물은 199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더글러스 노스다. 이론을 통한 역사해석을 통해 재산권을 보호하고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제도를 확립하는 나라는 번영을 누린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론 없이 제도를 다뤘던 옛 제도주의와는 달리 이론을 토대로 한 '신제도주의' 경제학 탄생 배경이다.

또 그는 이를 위해 1993년 밀턴 프리드먼과 함께 ‘세계경제자유보고서’에도 참여해 재산권 보호, 노동시장 규제, 기업 규제 등 24개 항목을 기준으로 경제자유지수를 산출하는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현재 프레이저연구소를 비롯한 90개국의 자유주의 연구소가 141개국의 경제자유지수 순위를 정해 매년 발표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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