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테헤란로 '전대차 대란'
"마음대로 사진 찍어 가더니
내 사무실이 네이버 매물로" 

카페24 창업센터 역삼지점 3층 로비 전경. 현재는 철거된 상황이다. /카페24본부
카페24 창업센터 역삼지점 3층 로비 전경. 현재는 철거된 상황이다. /카페24본부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 창업센터가 오프라인에서 운영하는 강남구 테헤란로 역삼역 인근의 청암빌딩 공유오피스에 적을 두고 있는 십여개의 벤처 및 스타트업 소속 수십명의 직장인들이 졸지에 갈 곳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청암빌딩은 한 고령의 건물주 소유로, 카페24 창업센터 역삼지점이 임차해 온라인 쇼핑몰 등을 운영하는 벤처 및 스타트업(이하 입주자 또는 전차인)이 입주해 있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난 8월 16일 카페24 역삼지점 가맹점주 B씨는 건물주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동시에 입주자 전원에게 9월 30일까지 퇴거를 요청했다.

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임차인이 임대 계약 중도 해지를 원할 경우 3개월 이전에 알리면 된다. 하지만 전차인 신분인 공유오피스 입주 기업은 계약서상 명시적인 조항이 없으면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처지다. 결국 한달 전 통보를 받고 추석 연휴를 보내고 나니 사무실을 비워달라고 요청한 기한이 불과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1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입주자들은 퇴거 불응 운동과 함께 카페24 역삼지점에 대한 법적 대응을 불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집단 행동에 돌입했다. 본지가 이들 입주사 대표 4인을 인터뷰한 결과 서로간 계약은 내용은 다른 처지였지만 카페24란 브랜드를 믿고 공유오피스 사무실을 빌린 공통점이 있었다.

카페24 창업센터 역삼지점 모 입주사 대표 조미은(가명·39세) 씨는 지난 2021년 현대카드가 직영으로 운영하던 공유오피스 '스튜디오 블랙' 사례와 비교해 설명했다. 그는 "당시 현대카드는 입주자들에게 보증금과 한 달 임대료를 반환하고, 세무사 등기 비용까지 지원했다"면서 보증금 반환 이외에는 별다른 입주자 보호 방안이 없는 카페24의 프랜차이즈식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로 올라온 카페24 창업센터 역삼지점 공유오피스 한 입주자의 사무실. /여성경제신문DB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로 올라온 카페24 창업센터 역삼지점 공유오피스 한 입주자의 사무실. /여성경제신문DB

청암빌딩 내 카페24 창업센터가 임차한 공간은 2층, 3층, 4층이다. 이 가운데 3층은 모든 업체가 나간 뒤 역삼지점 사무실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카페24 창업센터 역삼지점은 입주민에게 퇴거를 요청한 후 미스터부동산이란 중개법인을 동원해 개인 사무실 내부를 사진 촬영한 뒤 이를 '네이버 부동산'에 무단으로 게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카페24 창업센터에서 퇴거를 요청한 이틀 뒤인 8월 16일경부터 중개업자들이 입주자들의 사무실을 방문해 사진을 찍었고 9월 3일에는 네이버 부동산에 임대 매물로 올라왔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입주자 김봉식(가명·51세) 씨는 "보증금을 쉽게 돌려 받기 위해 건물주 대신 임차인을 구하고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사무실 내부 사진까지 적나라하게 노출됐다"면서 "개인정보 보호법 및 공인중개사법 위반 소지가 있어 법적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전해왔다.

임대차법에 따라 전·월세 가격 상승은 직전 임대료의 5%로 제한된다. 임차인에게 갱신청구권이 보장되는 10년 기간 동안에는 증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임대료를 올려 받길 바라는 건물주도 임차인이 나가겠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청암빌딩의 사례는 달랐다. 올해 7월 임대료를 올려받는다는 건물주와 카페24 역삼지점 간에 계약서가 존재했고 경영난에 직면한 B씨가 임대료를 동결하려 했으나 무산된 케이스였다.

본지와 만난 또 다른 입주자는 "할머니(건물주)는 퇴거를 하지 않고 계속 있어도 좋다는 의견을 전해왔다"며 "다만 물의를 잃으킨 B씨에 돌려줄 보증금을 깎겠다는 입장으로 안다"고 전해왔다.

카페24가 약관을 통해 실질적인 운영을 관여하고 있으나 계약 구조가 독립적이다보니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역삼지점장 B씨가 모 임차인에게 보낸 내용증명에 담긴 카페24창업센터 이용 계약서(일반조건)의 제4조 2항을 보면 "입주기간은 최소 2개월을 의무 사용 기간으로 하며 중도해지시 입주료는 반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카페24 본부 측은 역삼지점 상황이 매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앞서 카페24 창업센터 역삼지점장 B씨가 "본부도 퇴거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건물주와 전차인에 대한 중도해지 통보가 타당하다는 주장한 것과 관련해 카페24 본부측은 "역삼점 가맹점주(B씨)에게 입주사 계약해지 요청을 한 바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경영난에 처해 사업을 접게된 가맹점주 B씨에게도 유감의 뜻을 전했다. 카페24 본부측은 "가맹점주가 사업을 경영하던 중 점주의 안타까운 사정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없게 돼 발생한 불가피한 사안으로 보인다"며 "가맹점주와 입주사 간 상호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원만하게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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