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9兆, 매년 1兆 추가로 굴리는 영향력
변태섭 vs 박성중 2파전 구도에 관가 촉각
공모로 사장 모집해도 결정은 정치적 이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속속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고 있지만 정작 수조원대의 자금을 굴리며 정책금융 마중물 역할을 하는 한국벤처투자 사장 인선은 1년 이 넘게 오리무중이다.

5일 중소기업계와 관가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을 비롯한 중소기업 옴부즈만 등 공공기관 수장 및 차관급 인선이 이뤄지고 있다. 이날 조주현 전 중기부 차관이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신임 원장 임명됐고 지난달 20일에는 최승재 전 국민의힘 의원이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위촉됐다.

반면 한국벤처투자는 지난해 9월 유웅환 사장 퇴임 이후 1년째 수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타 공공기관인 한국벤처투자는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새 임원을 선출한다. 서류, 면접 심사를 거친 후 중소벤처기업부에 후보를 보고하면 장관이 승인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말 한국벤처투자에서 운용하는 한국모태펀드의 누적 조성재원은 총 8조8968억원에 달한다. 매년 약 1조원을 추가로 투입함으로써 벤처 생태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벤처투자 수장 자리는 정부 고위 공무원뿐 아니라 정치인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번에 진행되는 사장 공모에도 변태섭 중기부 기획조정실장과 박성중 전 국민의힘 의원 간의 2파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먼저 중기부에서 약 25년 근무하다 최근 사표를 제출한 변태섭 전 실장은 행정고시 38회로 중소기업 및 벤처 분야 정책통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해 재선(20·21대) 의원 출신인 박 전 의원이 서류와 면접을 거친 것으로 전해진다. 물밑 샅바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최종 후보 발표 역시 또 미뤄지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 들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장의 중도 퇴임은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벤처기업의 글로벌화 사업을 맡고 있는 창업진흥원도 지난 2월부터 갑작스레 공석이 된 원장 초빙 공고를 새롭게 냈다. 벤처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장 자리가 정치적 이유 때문에 무더기로 비어 있었던 점은 아쉽다"며 "정부가 이제라도 스타트업 지원, 성과를 낼 수 있는 제대로된 조직과 시스템을 갖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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