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새로운 민간장기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내놓으며 기업의 주택 임대시장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해 기업을 유인하겠단 구상인데 실효성을 거두려면 주거안정을 위한 계약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5일 금융권을 비롯한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은 부동산 투자회사 등 법인이 한 단지에 100가구 이상인 임대주택을 20년 이상 의무적으로 임대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사업 모델은 구체적으로 자율형·준자율형·지원형으로 나뉜다.
사업 모델에 따라 임대료 규제가 차등 적용되는데 '자율형'은 임대보증 가입과 임대차계약 신고 의무만 지키면 되고 정부 지원은 받지 못한다. '준자율형'은 임대 기간 중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가능하고 임대료 인상률은 5% 이내로 제한하는 대신 저리 기금 융자와 지방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원형'은 초기 임대료가 시세 95%로 제한되고 무주택자 우선공급 의무가 있는 대신 기금 출자 및 융자‧공공택지 할인 등을 지원 받는다.
공통적으로 유형별 임대료 증액 기준을 지키는 사업자는 취득세 중과(12%) 및 종부세 합산·법인세 추가과세(20%) 배제 혜택을 받는다. 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및 기금 출·융자 등 금융지원, 취득·재산세 감면도 받을 수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0년 장기임대주택 도입으로) 이사, 전세사기 걱정 없이 원하는 기간만큼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질 좋은 임대주택이 공급되고 전세사기 걱정을 덜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주변 지역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주거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고 20년 장기임대인 만큼 수익성 대비 유지·보수비용 부담이 커 기업 유인이 힘들 수 있다고 진단한다.
또 지난 4월 국토부가 전월세신고제 계도기간을 내년 5월 31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새 대안을 제시하기 전에 근본적으로 안전한 전세계약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개인과 기업을 놓고 비교했을 때 질적인 면에서 제공할 수 있는 주거 서비스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주거 환경이 나아질 수는 있다”면서도“(임대료) 제한이 대폭 완화되면 지역 집값 상승 우려가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주거 안정성 보장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어떤 방식이든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이 많이 공급된다면 박수를 치고 싶다”면서도 “최근 전세사기로 집 떠난 비 아파트 전세수요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안전한 전세계약 시스템부터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수익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풀어준 임대료 제한규제가 결국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