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도입되는 디지털 교과서
장애인 접근성 위한 가이드라인 有
“정서적 교류‧유대감 AI 대체 불가”

2025년도부터 도입될 AI 디지털 교과서를 두고 일각에선 특수학급 장애 학생의 활용도와 학습 효과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일 여성경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장애 학생들이 있는 특수학급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해 일각에선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 유형별 접근성, 교사와의 정서적 교류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6월 정부는 2025년에 ‘AI 디지털교과서’를 수학·영어·정보·국어(특수교육) 과목에 우선 도입하고 2028년까지 국어·사회·과학 등 전 과목 도입을 목표로 단계적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학습 기회를 지원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포함한 지능정보화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학습자료‧학습지원 기능 등을 탑재한 교과서다.
교육부 '2024년도 특수교육 운영계획'에 따르면 특수교육 교육과정에 따른 디지털 교과서는 2024년 국어(초3~4), 2025년 국어(초5~6)·수학(초3~4), 2026년 수학(초5~6)·생활영어(중·고), 2027년 정보통신활용(중·고) 순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다만 중증 장애 학생의 경우 기기 자체에 대한 접근성부터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교육계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는 게 추세라면 비장애인 학생과 동일하게 장애 학생도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다만 기기에 대한 접근성이 많이 떨어진다”라며 “예를 들어 지체장애인은 터치스크린을 누르는 것도 힘들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콘텐츠를 쉽고 용이하게 만들지 않으면 오히려 더 어렵다. 현재 이들은 스마트폰에 대한 접근성 자체도 떨어진다. 시각‧청각‧발달‧지체 장애인 등 모두 마찬가지다. 콘텐츠와 더불어 장애 유형별 접근성, 편의성 제공도 고려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I 디지털 교과서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장애 교원 등의 접근성을 위한 보편적 학습 설계(UDL, Universal Design for Learning)를 적용하도록 명시돼 있다.
또 개발사는 AI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하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장애인 사용자가 비장애인 사용자와 동등한 수준의 대체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접근성 관련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반 AI 디지털 교과서도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에 대한 내용이 개발 가이드라인에 담겨 있다”며 “특수교사나 장애인 교원 노조와 협의해 연도별로 적용되는 최소한의 기준들을 개발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시했다. 해당 기준을 바탕으로 AI 디지털 교과서가 개발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UDL 및 접근성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시각‧청각‧운동(지체, 뇌병변 등)‧인지(지적, 자폐성 등)장애를 가진 사용자를 위한 접근성 지침이 마련돼 있다. 운동장애 사용자의 경우 콘텐츠를 조작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시간제한 기능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인지장애인 경우 대안적인 입력 장치를 사용해 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기 접근조차 어려운 중증 장애 학생에 대해서 교육부 관계자는 “연도별 확보해야 하는 항목에는 보조공학기기 연계 등에 대한 내용이 적시돼 있다. 또 중증 지체 장애나 자폐 장애아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 기본 교육과정이 따로 있다”라며 “해당 교육과정에 기반한 AI 디지털 교과서도 연도별로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서적 교류가 상대적으로 중요한 특수학급 학생들은 유대감 형성이 어려울 수 있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해성 현직 IT‧AI 기술 강사는 여성경제신문에 “디지털 교과서의 성격은 AI로 완벽하게 대체되는 것이 아닌 태블릿이라는 디바이스로 바뀌는 것”이라며 “AI로 문제를 풀고 난 후 결과에 따라 제공되는 개인 수준별 맞춤형 교육이 관건이다. AI 기능과 태블릿 자체의 기술이 융합적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수학급 학생들에게 디지털 교과서가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선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에 대한 문제, 개인별 맞춤형 진행에 대한 문제, 정서적 유대 형성의 어려움에 대한 문제 등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냐에 따라 (특수학급에)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일반적으로 디지털 교과서에 가장 취약한 학생들은 성적 하위권 학생들, 또 성적이 저하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학생들이다. 정서적 유대 형성에 대해선 특수학급뿐만 아니라 일반학급 학생들도 문제 삼을 수 있다. 가령 문제를 풀고 칭찬을 해줄 때 별 표시를 한다던가, ‘참 잘했다’라는 문장을 쓰는 등 구체적이고 감성적인 교류가 사라질 수 있다. 정서적 교류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위권 친구들에게 중요한 것은 교과서보단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서 이끌어주는 인간적 유대감이 필요하다. 동기를 유발하는 구체적인 표현을 과연 AI가 인간을 대신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불가능하다고 본다. AI 기술의 본질을 넘어선 기술이다”라며 “특수학급 학생들은 디지털 리터러시와 장비에 대한 접근성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인간인) 교사의 역할이 더 중요한 대상이다. 적절히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