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노인 교육 근거 법령 달라
"소방 교육 전문성에 의문 들어"

시민들이 지난해 9월 7일 오후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서 화재를 피해 대피하고 있다. 서울시와 송파구가 주관한 이날 훈련은 인파 밀집 사고 상황에 대비해 실시됐다. /연합뉴스
시민들이 지난해 9월 7일 오후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서 화재를 피해 대피하고 있다. 서울시와 송파구가 주관한 이날 훈련은 인파 밀집 사고 상황에 대비해 실시됐다. /연합뉴스

집단별 각기 다른 소방 안전 교육 규정으로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특히 아동‧노인복지시설 등 안전 취약계층 시설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소방 안전 교육은 소방기본법, 국민 안전교육 진흥 기본법, 아동복지법 등 여러 법령에 산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계층‧집단별 산재한 소방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방기본법 제17조에 따라 소방청장, 소방본부장 또는 소방서장은 화재를 예방하고 화재 발생 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린이집의 영유아 △유치원의 유아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의 학생 △장애인복지시설에 거주‧이용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소방 안전에 관한 교육과 훈련을 할 수 있다. 다만 아동‧노인복지시설에 거주하는 아동과 노인은 해당 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어린이,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신체적‧사회적‧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재난에 취약한 사람은 안전 취약계층에 속한다. 아동‧복지시설에 거주하는 아동과 노인은 안전 취약계층임에도 소방기본법에 따른 소방 안전 교육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소방기본법 제17조 /국가법령정보센터
소방기본법 제17조 /국가법령정보센터

국회에선 소방기본법에 이들을 포함하는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4월 아동‧노인복지시설에 거주하거나 이용하는 아동, 노인 및 요양병원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소방청장 등이 소방 안전 교육과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냈다.

당시 행정안전위원회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 취약계층에는 어린이‧장애인 외에 노인도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노인복지시설에 거주‧이용하는 노인과 아동복지시설의 아동을 소방안전교육 대상에 추가함으로써 안전 취약계층이 화재 예방 및 화재 발생 등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복지시설 노인‧아동의 경우에는 소방관서장이 해당 시설의 장과 교육 일정을 사전에 협의해 순차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찾아가는 소방 체험 교실', 소방 안전 체험관 안전교육 프로그램 등 현재 소방청 및 시도 소방본부가 운영하는 교육 사업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소방 교육훈련 제공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당 개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으며 지난 20일 이상식 민주당 의원이 유사한 내용의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이 의원은 "현행법상 소방 당국이 화재 예방 및 화재 시 인명‧재산 피해 최소화를 위해 어린이집 영유아, 유치원 유아, 초‧중‧고교생, 장애인복지시설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교육과 훈련을 할 수 있다"며 "반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어린이와 노인 등 안전 취약계층에 소방 안전 관련 교육 및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없어 상대적으로 안전관리가 미흡하다"고 밝혔다.

아동‧노인은 소방 안전 교육에 대한 규정이 소방기본법이 아닌 다른 법령에 각각 산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현장에선 아동‧노인복지시설에서도 안전 교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계층별 근거 법령이 다르다 보니 소방 교육에 대한 전문성은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 안전교육 진흥 기본법 제13조에 따르면 장애인복지시설, 아동복지시설, 노인복지시설, 정신질환자 사회복귀시설 등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사회복지시설은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여기서 안전교육은 국민이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종 재난 및 안전사고 발생 시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안전에 대한 지식이나 기능을 습득하는 교육을 말한다. 또 아동복지법 제31조에 따라 아동복지 시설장, 어린이집 원장, 유치원 원장, 초‧중학교의 장은 재난 대비 안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류상일 동의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소방 안전 교육‧훈련은 교육 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주거 공간인 아동‧노인복지시설은 소방기본법에서 제외됐을 수 있다. 과거 어린이집도 교육시설로 포함돼 있지 않아 스프링클러가 의무 장착 시설이 아니었다. 지금은 분류 체계를 바꿔 의무화됐다. 이러한 경우가 꽤 많다"며 "법령상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선 모든 주거시설에 대한 소방 교육이 의무화되거나 어린이‧노인 전용 복지시설은 의무적으로 법안에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류 교수는 "안전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교육은 법령에 다 들어가 있다. 소방기본법에 없더라도 아동복지법 등 다른 법령에 포함돼 있을 수 있다. 현장에선 교육이 다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동‧노인‧여성‧교육기관 등 집단별로 (소방 교육에 대한) 규정이 산재해 있고 법령상으로 해당하는 자가 교육을 하다 보니 '소방' 교육의 전문성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소방 안전 체험관'도 소방, 교육부, 과학부 등 운영하는 부처가 다양하게 있다. 교육 대상 연령 등이 주관 부처에 따라 다르다. 이처럼 계층별‧집단별 흩어져 안전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전문적으로 이뤄지는가에 대해선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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