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스미스 박영철 대표]
33년 경력 금속공예 명장과
노련한 장인부터 신세대까지
40명 직원의 세밀한 분업화

한국의 주얼리 시장은 세계 5위권에 달한다. 그러나 정작 주얼리 시장의 주도권은 해외 명품 브랜드에 내주고 있다. K-팝과 K-드라마가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시대, K-주얼리는 안방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품질과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세계적인 브랜드를 키우지 못한 탓이다. 여전한 음성 거래와 디자인 베끼기, 영세한 운영 등이 K-주얼리 브랜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K-컬처의 약진과 함께 K-주얼리의 잠재력도 살아나고 있다. 실력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바람도 일으키고 있다. 여성경제신문은 K-주얼리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고 있는 토종 브랜드를 응원하는 '주얼리즈' 시리즈를 시작한다. 주얼리즈는 '주얼리'와 '리즈 시절'의 합성어다. 지금이 리즈 시절인 신흥 K-주얼리 브랜드를 발굴해 국내 독자에게도 소개하고 세계시장으로 발돋움하는 데 일조하려 한다. [편집자] 

 

와이스미스 티아라 컬렉션 '블로썸' /와이스미스 공식 홈페이지
와이스미스 티아라 컬렉션 '블로썸' /와이스미스 공식 홈페이지

"중학교 갓 졸업하고 만든 첫 작품 '황동 반지'를 어머니 손가락에 끼워드렸어요. 33년 경력을 가졌는데도 뭣도 모르고 망치질하던 그때 만든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쉼 없이 금속 공예만 하다 보니 영국에서 특별 주문한 티아라를 제작하고 'It’s the best!'라는 찬사도 받게 됐네요."

대한민국 보석‧금속공예 명장이자 주얼리 제조 회사 와이스미스(Y.SMITH) 창립자 박영철 대표를 여성경제신문이 만났다. /김정수 기자
대한민국 보석·금속공예 명장이자 주얼리 제조 회사 와이스미스(Y.SMITH) 창립자 박영철 대표를 여성경제신문이 만났다. /김정수 기자

대한민국 보석·금속공예 명장이자 주얼리 제조 회사 와이스미스(Y.SMITH) 창립자 박영철 대표. 와이스미스는 총 40여명의 직원들이 작품 디자인·개발부터 생산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분업한다.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장인부터 전문학교를 갓 졸업한 20대까지 구세대·신세대 직원들이 어우러져 있다. 지난 9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도 이곳에 있다.

보석을 조각하는 사람, 깎는 사람, 때우는 사람, 광내는 사람이 모두 따로 있는 와이스미스에서는 한 명 한 명의 손길을 거쳐야만 주얼리가 탄생한다.

21일 종로에 위치한 와이스미스 작업실에서 박 대표와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보석을 조각하는 사람, 깎는 사람, 때우는 사람, 광내는 사람이 모두 따로 있는 와이스미스에서는 한 명 한 명의 손길을 거쳐야만 주얼리가 탄생한다. /김정수 기자
보석을 조각하는 사람, 깎는 사람, 때우는 사람, 광내는 사람이 모두 따로 있는 와이스미스에서는 한 명 한 명의 손길을 거쳐야만 주얼리가 탄생한다. /김정수 기자

—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어렸을 때부터 듣던 '손재주 있다'라는 말 한마디에 공장 맨바닥에서 3년을 먹고 자며 세공을 배웠다. 중학교 졸업 후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업 대신 기술을 선택했다. 서울로 상경하면서 귀금속 업계에 발을 들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노력한 시간이 기술과 아름다움으로 작품에 녹아드는 세공이 천직이다.

33년간 금속 공예의 길만 걸으면서도 슬럼프는 없었다. '해야만 한다'라는 집념으로 쉼 없이 달려왔다. 귀금속 산업이 기계화되면서 3D 프린터로 출력해 제조하는 지금과 달리 손과 망치로 때리고, 깎고, 때우면서 반지와 목걸이를 만들어왔다."

— 다니던 회사 대표님에게 물려받아 와이스미스 대표가 되셨다. 회사 소개 부탁드린다.

"다니던 회사 대표님의 승계를 권유받아 2015년 3월 창립하게 됐다. 와이스미스는 30년 경력의 귀금속 기술자들이 만든 브랜드다. 동시에 각 고등학교·대학교에서 젊은 인재를 차출하고 있다. 젊은 생각을 저버리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따른 신과 구의 조화를 통해 이상적인 주얼리를 만들고자 한다.

회사명 '와이스미스'는 귀금속 세공 대장장이를 뜻하는 '골드스미스'로부터 왔다. 창립 멤버 11명이 지녔던 이니셜 'Y'와 젊음을 뜻하는 단어 'Young' 의미가 담겨 Y.SMITH가 탄생했다."

보석을 조각하는 사람, 깎는 사람, 때우는 사람, 광내는 사람이 모두 따로 있는 와이스미스에서는 한 명 한 명의 손길을 거쳐야만 주얼리가 탄생한다. /김정수 기자
보석을 조각하는 사람, 깎는 사람, 때우는 사람, 광내는 사람이 모두 따로 있는 와이스미스에서는 한 명 한 명의 손길을 거쳐야만 주얼리가 탄생한다. /김정수 기자

— 와이스미스에서 주얼리가 생성·유통되는 과정이 궁금하다.

"제일 먼저 디자인을 한다. 과거에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망치질하고, 깎고, 때우는 작업을 한 사람이 했다면 오늘날엔 디자인을 그리는 사람, 그림을 출력하는 사람, 출력물을 주물로 주조하는 사람, 주조물을 깎고 조각하는 사람, 조각한 것을 광내는 사람 등 파트별로 분업화돼 각자 맡고 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의 세심한 손길을 거쳐야지만 제품이 완성된다.

현재는 오프라인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온라인 샵도 운영하지만 고가다 보니 오프라인만큼 성장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온라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브랜드 네임을 정하며 온라인 시장에 노크 중이다. 현재는 고객이 의뢰한 제품을 제작 후 해당 고객 혹은 도소매 업체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 주얼리 전문 제조 회사로서 가장 주안점을 준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누군가에게 곧 선물이다. 받는 순간 행복해야 하지 않나. 따라서 제대로 된 기술자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밀하고 꼼꼼한 실력을 기반으로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됐을 때 기쁨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와이스미스 '금도끼' 컬렉션 주얼리 /와이스미스 공식 홈페이지
와이스미스 '금도끼' 컬렉션 주얼리 /와이스미스 공식 홈페이지

실력의 고급화를 위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0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인증받은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축적된 제품개발 노하우와 연구비 투자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주얼리를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디자인을 개발할 생각이다.

제품의 특정 타깃은 없다. 주얼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주 대상으로 한다. 특정 나이대나 성별을 타켓팅한다면 자유로운 디자인 개발에 한계점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만족을 느끼는 제품을 다양하게 만들고자 항상 고민하고 있다."

와이스미스 '금도끼' 컬렉션 주얼리 /와이스미스 공식 홈페이지
와이스미스 '금도끼' 컬렉션 주얼리 /와이스미스 공식 홈페이지

— 특히 티아라 분야에서 더욱 전문가로 손꼽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

"최근 몇 년간의 티아라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영국에서 특별 주문받은 티아라다. 지금까지도 왕실이 건재하는 나라에서 티아라를 한국의 세공 업자에게 주문했다는 것은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어느 작업보다 의미가 있었다. 수공 공정과 자동 공정의 조합으로 만든 작품은 지름 25㎝, 높이 18㎝, 순금이 120돈 들어가는 거대한 제품이었다. 완성작을 고객에게 인수한 뒤 "It’s the Best!!"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개인의 책임을 다한 건 물론 나라의 명예까지 지켰다는 생각에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박 대표의 티아라 제작은 2015년 회사 창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미스코리아 진‧선‧미의 왕관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와이스미스
박 대표의 티아라 제작은 2015년 회사 창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미스코리아 진·선·미의 왕관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와이스미스

나의 티아라 제작은 2015년 회사 창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미스코리아 진·선·미의 왕관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들인 공에 비해 이익이 남지 않았다. 힘든 제작 과정을 간소화하고 디테일을 더 살릴 방법을 찾다가 주조 기법을 직접 개발했다. 티아라는 대한민국에서 내가 제일 잘 만들지 않을까 싶다."

— 와이스미스만의 차별화된 특장점이 있다면.

"와이스미스는 주얼리 디자인을 시작으로 3D 출력, 원본 제작, 주조, 왁스 사출, 세공, 스톤 세팅, 연마(광내기)까지 주얼리 제조 모든 공정 과정을 자체 소화하는 제조 회사다. 제품 디자인과 설계에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끊임없이 디자인을 개발한다. 고객의 감성 충족을 위하고 있다.

구·신세대 직원들이 어우러져 있다는 점도 특장점이다. 지금과 달리 디자인부터 제조까지 모든 과정을 한 사람이 담당했던 시절 장인들의 기술은 사실상 따라올 수 없다. 그 노하우와 오늘날 전문학교에서 배운 젊은 전공자들이 가진 장점이 어우러져 함께 작업한다."

와이스미스는 구·신세대 직원들이 어우러져 있다. 박 대표는 지금과 달리 디자인부터 제조까지 모든 과정을 한 사람이 담당했던 시절 장인들의 기술은 사실상 따라올 수 없다고 했다. /김정수 기자
와이스미스는 구·신세대 직원들이 어우러져 있다. 박 대표는 지금과 달리 디자인부터 제조까지 모든 과정을 한 사람이 담당했던 시절 장인들의 기술은 사실상 따라올 수 없다고 했다. /김정수 기자

박 대표는 독자적인 디자인을 개발해 소비자한테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얼리 회사에는 개발자가 10% 종사하지만 와이스미스는 디자이너·개발자 등 개발 인력이 20%를 차지한다.

와이스미스 한글 주얼리 컬렉션 '순수' /와이스미스 공식 홈페이지
와이스미스 한글 주얼리 컬렉션 '순수' /와이스미스 공식 홈페이지

— 독자적인 디자인에 주력하는 만큼 와이스미스의 한글 주얼리 컬렉션 '순수'가 눈에 띈다.

"한글이 가진 뜻과 형상의 아름다움을 주얼리에 접목했다. 작품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컬렉션을 만들고 싶기 마련이다. 우리는 한글을 주제로 '순수' 컬렉션을 만들었다. 달자리를 컨셉으로 각 탄생 달에 해당하는 반지와 목걸이를 제작했다. '순수'를 통해 국내 주얼리의 세계화에 앞장서고자 하는 포부도 담겼다. 순수 컬렉션은 현재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다."

— 수많은 주얼리 작품을 만들어 오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중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만든 반지를 어머니께 선물로 드렸던 순간이다. 금반지도, 은반지도 아닌 황동 반지였다. 반지를 낄 형편이 안 돼 어머니 손은 항상 비어 있었다. 반지를 끼워드리자 어머니가 우셨다. 그땐 기뻐서 우신다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아픈 손가락이었던 내가 짠해서 우신 것 같다. 지금은 금반지도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지만 볼품없던 그 황동 링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박영철 대표는 중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만든 황동 반지를 어머니께 선물한 순간이 제일 뿌듯했다고 답했다. /와이스미스
박영철 대표는 중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만든 황동 반지를 어머니께 선물한 순간이 제일 뿌듯했다고 답했다. /와이스미스

— 30년 이상 업계에 종사하며 느낀 한국 귀금속 시장의 한계, 개선할 점이 있다면.

G.DOKKI14k 아너스티 플렛 AX 팔찌 /와이스미스 공식 홈페이지
G.DOKKI14k 아너스티 플렛 AX 팔찌 /와이스미스 공식 홈페이지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발맞춰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 개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만큼 디자인 보호와 제품 개발 기술에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세업체의 성장환경 개선을 위한 제품개발 지원, 경영 컨설팅, 유통경로의 확대가 필요하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판매에 자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의 경우 수수료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그는 많은 젊은이들이 귀금속 업계에 발을 들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와이스미스에 기능 올림픽 선수들이 있듯이 우수 인력을 지속적으로 보유해 국내 세공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 혼자만의 성공보다는 후배들과 협업하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

— 끝으로 와이스미스 및 주얼리 소비자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와이스미스에서 만들어진 주얼리를 통해 누군가에게 행복한 순간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장인의 혼을 담아 한 땀 한 땀 만들어낸 주얼리가 최고의 가치로 전달되고,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순간이 되는 일. 이것이 와이스미스가 추구하는 제작 의도이자 경영 철학이다."

박 대표는 많은 젊은이들이 귀금속 업계에 발을 들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정수 기자
박 대표는 많은 젊은이들이 귀금속 업계에 발을 들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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