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사망자 중 17명 중국인
근로자 모두 파견된 일용직
면밀한 안전 점검 시행 필요

화성 1차전지 제조사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수십 명이 사망한 가운데 외국인이 대다수를 차지해 논란이다. 안전사고 기준을 외국인에게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도 따른다.
25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 23명 중 외국인이 18명이다. 아리셀에는 취업 범위가 조금 더 자유로운 재외동포 비자 근로자 비중이 높아 특히 중국인 피해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외국인 근로자가 메꾸면서 사고 피해까지 전가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적별 사망자는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다. 한국인 중에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사람이 1명 포함돼 있다. 사망자 중 13명은 재외동포(F-4) 비자 소지자로 나타났다. 방문취업(H-2) 비자를 가진 사망자가 2명, 결혼이민(F-6) 비자는 6명으로 파악됐다. 1명은 영주(F-5) 비자였다.
중국인이 사고 현장에 많았던 이유를 두고 전문가는 취업 범위가 조금 더 자유로운 재외동포 비자 근로자가 많았던 탓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아리셀에는 외국인고용허가(E-9) 비자를 사용해 취업한 이주노동자는 없었다. 중국인은 재외동포(F-4) 비자로 체류하면서 제조업 사업장 등에 취업할 수 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외국인 노동자 중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사람들은 사업주와 고용 계약을 맺어서 주로 제조업‧농수산업‧어업 등의 특정한 분야에 종사한다"며 "F-4 비자(재외동포)는 단순 노무 행위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 취업이 가능하게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수도권의 경우 일용직 형태이긴 하지만 파견이나 공급, 도급 등의 형태로 일하는 동포들이 꽤 있다. 동포들은 상대적으로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근로 시간 등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인건비가 비싼 곳 등 근로 여건이 조금이라도 나은 사업장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은 아리셀 사건을 두고 근무 환경과 근로자 산재 대책 문제를 꼬집었다. 중국 신경보(新京報)는 25일 아리셀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진쩌위안(金澤媛, 가명)을 통해 아리셀 직원은 100여 명이며 대부분 중국 동북 지방 출신 30~40대 조선족 여성이라고 보도했다. 진씨는 아리셀 근무 환경에 대해 "임금은 한국의 최저시급인 9860원, 중국 돈으로 50위안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았다"며 "같은 급여를 받는 다른 곳보다 이곳은 일의 강도가 낮고 퇴직금과 수당도 있다"고 전했다.
신경보에 따르면 진씨는 "한국인이 공장에서 말단 근로자로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아리셀 측은 근로자들에게 리튬 배터리가 강하게 충돌하면 폭발해 화재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약 한 달 동안 일하면서 소방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산업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소기업 위주로 근로자를 배정하는 고용허가제 특성상 외국인은 대부분 영세기업에 취업한다. 인건비와 인력 부족 문제로 외국인을 쓰는 영세사업장은 유해 위험 요인이 많고 작업환경이 열악하지만 산업 안전보건 관리를 제대로 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는 것.
여기에 언어와 문화 장벽까지 겹치면서 대형 사고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근로자는 입국 후 15일 내 취업 교육기관에서 16시간 동안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산업안전 관련 교육은 4~5시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현장 교육이 아니라 교재 위주의 교육으로 구성된다. 한 기업 관계자는 "법을 지키는 시늉을 하느라 작업 전에 함께 모여 산업 안전 구호를 외치는 '툴박스 미팅'을 하지만 외국인들은 뜻도 모르고 소리만 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규용 본부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는 분야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근로 여건이 좋지 않은 업종이다. 과거 한국은 산재 사고가 굉장히 많이 나는 나라 중 하나였는데 그 분야가 현재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는 분야인 것"이라며 "외국인 종사자가 (일을) 맡게 됐는데 산재 사고는 여전히 비슷하다 보니 산재 피해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전가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외국인, 이민자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정부에서 전반적인 점검을 통해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