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소음 증폭→음성 듣기 불편
지하철 전광판 한눈에 보기 어려워

청각장애인은 지하철 음성 안내 이해와 전광판에 대한 접근성 부족으로 승하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서울 지하철 5호선 내부 모습 /연합뉴스
청각장애인은 지하철 음성 안내 이해와 전광판에 대한 접근성 부족으로 승하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서울 지하철 5호선 내부 모습 /연합뉴스

국내 지하철 음성 안내·전광판이 청각장애인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청각장애인은 지하철 음성 안내 이해와 전광판에 대한 접근성 부족으로 승하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청각장애인의 74%는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지하철역과 같은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는 소음까지 증폭돼 음성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청각장애인 수는 △2018년 34만2582명 △2019년 37만7094명 △2020년 39만5789명 △2021년 41만1749명 △2022년 42만4146명이다. 매년 꾸준히 증가해 5년 새 24% 증가했다.

난청 진료 인원 역시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7~2021년 국민관심질병통계-난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난청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74만2242명으로 2017년 54만8913명에 비해 35% 증가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은 여전히 쉽지 않다. 74%의 청각장애인이 이용하는 보청기는 소형 마이크를 이용해 소리를 모으거나 소리의 크기를 증폭시켜 주는 도구다.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 등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는 소음까지 증폭해 들려 교통 음성 안내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

서울시 성동구, 경기도 과천시 등 일부 지역에선 주변 잡음 없이 깨끗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청취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무선 방송 송출시스템 '히어링 루프'를 일부 버스 정류장에 설치했지만 지하철역엔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의 경우 일정 크기 이상의 시설 등에는 히어링 루프와 같은 청각 보조장치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에도 점자 표기, 경사로 설치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지만 보청기기를 위한 보조장치는 장애인 편의시설에 포함되지 않는다.

음성 안내 외 시각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지하철 내 전광판은 앉은 방향에 따라 보이지 않기도 한다. 열차 전광판에 현재 내릴 곳과 다음 정거장 안내가 잘못 뜨는 등 오류가 발생할 때도 있다. 잠시 정차하거나 열차 지연 등 돌발 상황에 대한 안내는 대부분 음성으로만 진행된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청각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 불편은 보청기 보조기구 부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히어링 루프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청각장애인의 경우 시각적인 안내가 가장 중요하다. 대중교통 안내판에서 '다음 정거장' 등 승하차 정보를 반복적으로 게시해야 한다"며 "지하철 내부에 안내 전광판을 모든 방향에서 볼 수 있게 설치하고 시선을 끌 수 있도록 더 크게 만들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그마한 화면에 광고 등 많은 요소를 담다 보니 정작 내릴 정거장, 다음 정거장 같은 필요한 정보는 잘 보이지 않는다. 심플한 버전이 필요하다. 한쪽에 수어도 추가한다면 청각장애인 이용에 더욱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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