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 시 기업 당연히 부담해야
기업 손해 메우기 위해 3자 판매 필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가 지난달 23일 통과시킨 ‘국가자원안보특별법(자원안보특별법)을 두고 ‘가스 민영화’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가 지난달 23일 통과시킨 ‘국가자원안보특별법(자원안보특별법)을 두고 ‘가스 민영화’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가 지난달 23일 통과시킨 '국가자원안보특별법(자원안보특별법)'을 두고 '가스 민영화'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간 발전사가 에너지 위기 때 가스를 대량으로 비축했다가 위기 이후 가스가 남아돌 때 이를 가스공사가 아닌 제3자에게 팔 수 있도록 허용한 조항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제3자 판매 허용이 에너지 사업의 공공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민간 직수입 업체에서는 "'제3자 판매'를 허용해도 기업은 손해"라며 "민영화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1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자원안보법의 '제3자 판매' 조항을 둘러싸고 민간 직수입 업체와 전문가의 대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제33조 2항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제1항에 따른 처분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대상 물량과 기간을 정하여 그 도시가스를 국내의 제3자에게 처분하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스공사가 직수입 사의 비축 잉여 물량 구매 거부 시, 자원 안보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비축 잉여 물량을 국내 제3자에 판매하는 걸 허락한다는 것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전형적인 민영화 수순"이라고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8일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에너지는 공공성이 강한 분야인데 위급 시 에너지 비축에 대해 민간에게 제3자 판매를 허용해주면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제3자 판매 조항)이 허용되면 이후 해당 조항이 왜 허용됐는지에 관한 역사적인 맥락은 빠지고 점점 민간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성될 것이고 이는 민영화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도 "대부분의 민영화가 일부를 허용하고 이를 점차 확대하는 식으로 이뤄졌다"며 "실제 하위 법령이나 법을 확대해석하는 과정에서 민간사업자들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원칙적으로 가스공사가 가스를 전량 수입하게 돼 있다. 하지만 대형 발전사는 기업 자체에서 쓸 가스를 직접 확보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락한 상황이다. 정 교수는 이러한 민간 발전사의 예외적 수입 허용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민간 발전사들이 비축을 못 해서 전기를 만들지 못할 경우 공기업이 이를 비싸게 사서 공급하고 이것이 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가스 수입에 있어서 관건은 발전사들이다"라며 "민간 기업은 값이 쌀 때는 대량으로 구매했다가 가격이 올라가면 구매를 줄여 전기 발전을 하지 않는다. 이 경우 공기업이 비싸게 사서 전기 발전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영화 말도 안 되는 주장
제삼자 판매 허용해도 손해

반면 민간 직수입 업체에서는 "제3자 판매는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허용되고 있으며 민영화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민간 직수입 업체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3자에게 팔아도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거니 손해다"라고 말했다. 위기 경보 발령 시 비축한 에너지는 당연히 비싼 값에 구매하지만, 위기 경보 해제 후에는 자연스레 값이 낮아지게 되고 이 상황에서 제3자에게 판매를 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것이다. 

관계자는 가스 요금 인상 및 민영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나친 비약"이라고 일축했다. 반대 측의 '민간 에너지 대기업들이 유리하게 제3자 판매를 확대하고 유연하게 적용되도록 로비할 것'이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자원안보법에 따라 정부가 위기 경보를 발령하면 민간 기업들도 비축하게 되고 이후 위기가 끝난 후 기업은 남은 비축 물량을 가스 공사에 우선 판매할 수 있게 되는데 가스 공사에서 이를 구매하지 않을 경우 손해가 날 수 있으며 그렇기에 제3자 판매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일본 SBL(Strategic Buffer LNG, 전략적 잉여 LNG) 제도를 예로 들며 민간 기업에 비축 의무를 줄 경우 국가에서 손실 보전을 해줘야 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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