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수' 만나려 몇백 장씩 구매
NFC키트·QR코드, 대체재 되나

팬 사인회 응모 후 배송됐지만 '뜯지도 않은 채' 버린 앨범들 /차지희
팬 사인회 응모 후 배송됐지만 '뜯지도 않은 채' 버린 앨범들 /차지희

한국 대중음악인 K팝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 이에 따라 K팝 가수들의 곡을 수록한 실물 앨범 즉 음반의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실물 앨범은 버려지거나 소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대중음악 공인차트 '써클차트'에 따르면 2023년 1~8월까지 국내 실물 앨범 누적 판매량은 7887만 장에 이른다. 써클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12월까지 전년도 판매량을 유지할 경우 2023년 전체 앨범 판매량은 1억 장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했다.

실물 앨범은 대개 플라스틱 CD와 코팅 종이인 포토 카드, 수백 장의 포토 북으로 구성된다. 플라스틱은 생산, 소각,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코팅 종이는 재활용이 어렵다.

모 아이돌 그룹의 실물 앨범의 경우, 음원이 담겨있는 CD와 사진, 포스터, 스티커, 약 100장 정도로 구성된 포토 북 등이 있다. 책 한 권 두께다. 그룹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실물 앨범은 이렇게 구성돼 있다.

앨범 소비가 느는 주원인은 '팬 사인회'다. 팬 사인회는 K팝 그룹의 팬이 가수들과 직접 대면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벤트로 여기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실물 앨범을 구매해야 한다.

문제는 여러 팬이 당첨 확률을 높여보려 수백 장씩 앨범을 산다는 것이다. 한 아이돌 그룹의 팬은 "앨범 한 장당 한 번 응모할 수 있기에 사람들은 아티스트를 실제로 만나기 위해 앨범을 적게는 수십 장, 많게는 수백 장 구매한다"라고 말했다. 구매 비용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른다.

'앨범 깡' 문화도 실물 앨범 과소비와 관련이 있다. 앨범 깡은 원하는 아티스트의 포토 카드를 얻기 위해 앨범을 많이 개봉하는 행위를 말한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 카드 사진이 나올 때까지 앨범을 구매해 개봉한다. 한 팬은 "소속사는 앨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멤버 당 여러 종류의 포토 카드를 출시한다. 사람들은 이 카드들을 다 모으기 위해 여러 앨범을 구매한다"라고 했다. 

최근 팬 사인회에 다녀온 김모 씨는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 백 장이 넘는 앨범을 구매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앨범이 집에 도착했는데 감당이 안 돼 분리수거해서 버렸다. 버리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종이 낭비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다른 팬은 "수십 장이 넘는 앨범들이 아직 집에 있다. 이 앨범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팬은 "쓰레기들을 수백만원 주고 사고 있다"라며 한숨을 지었다. "지나치게 상업적인 팬 사인회 응모 방식을 바꿔야 한다. 쓰레기가 나오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전자 앨범을 발매하면 좋겠다.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아이돌 소속사 역시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부 그룹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CD 대신 QR코드를 사용하는 '무형' 앨범을 내놓고 있다. 방탄소년단, NCT 등이 무형 앨범을 출시했다.

스마트 엘범으로 불리는 이 앨범은 실물이 없는 형태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다. 실용성이 낮은 CD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원을 감상할 수 있는 NFC 키트나 QR코드를 제공한다. 포토 카드와 포토 북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

팬들은 무형 앨범이 일반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돌 팬 이모 씨는 "QR 앨범을 사니 음원을 감상하기 편해졌다. 실물 앨범일 때는 포토 북을 잘 안 꺼내 봤는데 QR 앨범 포토 북은 자주 찾아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팬은 "무형 앨범이라 앨범을 여러 장 사도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모든 K팝 앨범이 무형 앨범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이 무형 앨범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씨는 "형태가 없다 보니 앨범을 보는 맛이 안 난다. 금액은 실물 앨범과 비슷한 수준인데 내용물은 부실한 느낌이 든다. 실물로 간직할 수 있는 앨범이 더 좋은 것 같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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