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건 중 144건 계류

83%에 달하는 국민 청원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한정 계류 중이다. 소관위원회로 회부되더라도 채택된 청원은 단 한 건도 없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 접수된 청원 173건 중 83.2%인 144건은 모두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1대 국회에서 처리된 청원 28건도 '본회의 불부의' 결정이 28건, '철회' 결정이 1건으로 집계됐다. 청원 내용이 채택된 경우는 0건이다.
청원 제도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시행됐다. 청원 절차는 30일 이내 100명의 찬성을 먼저 받아야 한다. 이후 청원 요건 심사 후 공개되면 90일 이내 10만명의 동의를 받아야 청원이 성립한다.

청원은 법률안 등과 같이 의안에 준해 처리된다. 청원은 그 내용에 따라 해당 위원회로 회부된다. 소관위원회는 회부된 청원을 청원심사소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하거나 폐기한다.
청원 처리가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일각에선 '국회가 심사 기간을 무한정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인 점을 지적했다. 국회법 제125조를 보면 소관 상임위가 청원이 회부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심사하고 1회에 한해 60일 연장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이 조항에는 '장기간 심사를 요하는 청원으로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원회 의결로 심사 기간 추가 연장을 국회의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는 항목이 있다. 청원을 무기한 계류할 수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일부 청원은 이미 21대 국회 만료일인 2024년 5월29일까지 심사 기간이 연장됐다"면서 "안건에 따라 국회가 쉽게 나서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다. 무기한 계류해도 문제가 없으니 관심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는 국민의 정치 참여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청와대 청원은 정부 고위 관계자가 원론적인 답변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는 반면 국회 청원은 상임위에서 논의를 거쳐 입법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법안의 경우에는 정부가 제출하거나 의원 한 명이 대표 발의하고 10명의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하다 보니 해당 상임위에서 법안소위가 열리는 횟수가 많고 논의도 많이 이뤄지는 편"이라며 "그런데 청원소위 회의는 실질적으로 열리는 횟수 자체가 매우 적다. 이런 부분이 청원의 본회의 통과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