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공모전 다이아몬드상 사연
마트 직장 동료로 처음 만난 남편
20대 끝 무렵 찾아온 새생명 소식
프로포즈와 건네온 18K 금 커플링

여성경제신문은 신년기획으로 주얼리 공모전을 기획했습니다. 시즌1, 시즌2에 이어 시즌3인 ‘그 여름날 우리’를 진행했습니다. ‘그 여름날 우리’에서는 여름의 추억과 함께한 주얼리 사연을 받았습니다. 주얼리 공모전은 찬란했던 우리 인생의 한순간과 함께한 주얼리를 꺼내 추억을 소환하면서 어려운 시대 용기와 희망을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아래는 공모전에 출품한 이수진 님의 작품입니다.

이수진님 부부의 18k 금 커플링. /이수진
이수진님 부부의 18k 금 커플링. /이수진

안녕하세요. 곧 50대가 될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푸를 청(靑)에 봄 춘(春)을 써 청춘이라 부른다고 하지만, 저의 청춘은 청명한 하늘 아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뜨거운 여름이었습니다.

20년 전, 사회초년생이었던 저는 한 마트에 취직했습니다. 일은 쉽지 않았지만, 점장님께서 항상 옆에서 도와주시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셔서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직장까지 거리가 멀어 버스를 이용했는데, 제 말을 들은 점장님은 선뜻 자기가 태워다주겠다며 같이 출근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아침마다 같이 회사에 다니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점장님은 무뚝뚝하지만 친절했고 다정함이 묻어 나오는 사람이었습니다. 벚꽃이 떨어지던 봄, 점장님은 제 남자친구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같이 회사에 다녔던 언니가 말해준 사실인데, 남편은 마트 입구에서 저와 마주쳤고 제 면접이 끝나자마자 면접실로 들어가 사장님에게 큰 소리로 소리쳤다고 합니다.

“방금 그 사람 꼭 뽑으세요!”

첫눈에 반했다니, 유치하지만 귀여운 얘기 아닌가요?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1년을 만났고, 저에게도 힘든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유독 세상이 저를 미워하는 것 같은 날들이었어요. 둘째가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으로 입원하고, 그로 인해 집안 사정이 어려워졌습니다.

저는 병원과 집, 회사를 발 바쁘게 오가며 제 시간을 쪼개며 하루하루를 살아갔습니다. 데이트할 시간도 없어 미안하다고 우는 저를 달래주며 남편은 같이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해줬습니다.

병원 로비 의자에 앉아 남편이 싸 온 김밥 도시락을 먹는 우리는 치열하게 여름을 살았고, 많이 울었고, 그만큼 행복했습니다. 매미 울음소리가 멎고, 사람들을 비에 젖게 한 장마도 끝나고 광활한 하늘이 우리 위에 떠 있었습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던가요. 아니면 우리의 서투른 열정이 누군가를 감명시켰을지도 모릅니다. 동생이 의식을 되찾고, 재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뜻밖의 작은 축복이 찾아왔습니다. 몸이 무겁고 속이 메슥거려 찾은 병원에서 저는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젊은시절 여행지에서 이수진님 부부. /이수진
젊은시절 여행지에서 이수진님 부부. /이수진

이르게 찾아온 생명. 20대의 끝을 달리고 있던 저에게 붙은 ‘엄마’라는 호칭이 그렇게 어색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기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집에 돌아와 저는 임신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때 본 남편의 표정을 지금까지도 잊지 못합니다.

“고마워, 내가 더 많이 노력할게.”

“사랑해”

상투적이고 몇 번이고 나눈 말이지만, 우리는 어리숙한 연인처럼 포옹하며 웃었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바닥에는 눈이 쌓이고 길거리에는 오래된 캐럴이 울려 퍼질 때. 우리는 늦은 저녁이 돼서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헤어지는 게 아쉬워 내리기를 망설일 때, 남편은 주머니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냈습니다. 그가 땀흘리며 일해 산 한 쌍의 18k 금반지.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가족 행복하게 해줄게.”

“결혼하자”

남편은 제법 진지하게 말을 꺼냈지만, 떨리는 손이 그도 긴장한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그때, 저는 이 사람과 결혼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고급 레스토랑에서 야경을 보며 장미 꽃다발과 함께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가 신중하게 골랐을 이 금반지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습니다.

이수진님 부부의 18k 금 커플링. /한미보석감정원
이수진님 부부의 18k 금 커플링. /한미보석감정원

왼손에 끼워진 반지는 살짝 컸지만, 아름다웠어요. 그 뒤로 다른 서툰 부부처럼 우리는 살았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손이 부어 반지를 끼지 못하게 되자, 그럼 자기도 안 낀다며 툴툴거리길래 둘을 소중히 서랍장에 보관해 둔 지 오랜 시간이 지났네요.

전에 딸이 보여달라고 해서 결혼반지를 오랜만에 꺼내봤는데, 남편과의 뜨겁고 행복했던 20대의 여름이 생각나서 하마터면 딸 앞에서 울뻔했네요.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나 싶기도 하고요. 여느 집안처럼 평범한 저희 가족의 이야기처럼 소박한 반지이지만, 그만큼 20년 동안 나눈 눈물과 웃음, 추억이 가득한 반지입니다. 저의 보물을 여기에 꺼내봅니다. 


사연 속 이수진 님의 반지는 한미보석감정원에서 감정을 진행했습니다. 감정 결과 메인 보석과 보조석 모두 큐빅 지르코니아(Cubic zirconia)가 세팅된 커플링 반지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지에 있는 메인 보석인 큐빅 지르코니아는 각각 직경이 약 5.0mm와 약 4.8mm의 사이즈로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Round brilliant cut)의 연마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큐빅 지르코니아는 1970년대 초에 등장하여 지금까지 많은 사랑은 받고 있는 다이아몬드 유사석입니다. 경도가 8.5로 높아 내구성도 우수하고, 휘광성과 광택 그리고 분산이 다이아몬드와 비슷해 현존하는 다이아몬드 유사석 중 가장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보석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커플링은 심플하면서도 볼륨감 있는 디자인으로 메인 보석이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스톤을 양 옆에서 감싸주는 디자인이 눈에 띄는 반지입니다. ED-XRF(X-선 형광분석)로 금속에 대한 귀금속 순도를 검사한 결과는 18K에 해당하는 순도의 커플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반지 호수는 남자는 21호, 여자는 11호였으며, 스톤을 포함한 커플링의 총중량은 12.14g입니다.

이수진 님은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편과 저 둘 다 일로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벌써 11월이 되었네요. 겨울의 시작이라서 그런지 오늘 하늘이 정말 맑더군요. 저희가 감정을 받으러 가던 날도 그랬습니다. 기차여행은 처음이라고 들뜬 남편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19년이라는 긴 시간에서도 아직 처음인 게 남아있다니 솔직히 놀랐어요. 아기들을 두고 단둘이 기차에 올라타 연애할 때 추억을 나누며 나들이를 즐겼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서울에서 처음으로 감정을 받았습니다. 감정 결과 18K 금반지. 저는 남편과 나눈 결혼반지라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남편은 가운데 보석이 다이아가 아닌 게 신경 쓰였나 봅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 해가 창문에 붉게 번지던 때, 남편은 제게 속삭였습니다. "다음에는 다이아 반지로 맞춰줄게." 정말, 아직도 우리에게는 처음인 게 남아있었습니다. 내년 초여름쯤에 올릴 결혼 20주년 리마인드 웨딩에서 새롭게 맞춘 반지를 끼게 될지도요.

어쩌면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많은 걸 놓치고 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이 기회를 주신 기자님과 여성경제신문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잊고 있던 우리의 흔하지만 소중한 여름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라는 소감을 남기셨습니다.

※여성경제신문이 올 한 해 연재해 온 '주얼리 공모전'의 대미를 장식할 '주얼리 페스타가 열립니다. 선착순 독자 100분을 모십니다. 아래 포스터를 클릭하시면 사전 등록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사전 등록 하신 선착순 100분에게만 경품 추첨의 기회를 드리니 서둘러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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